선율을 타고 흐른 치유와 위로

재단 15주년 기념 '조성진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애어린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재단이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위기상황으로 여유가 없어진 사회에서 더욱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조성진 씨는 쇼팽의 ‘스케르초(Scherzo)’ 1·2·4번을 선보였습니다. 30분간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감미롭게 이어지는 선율이 장애어린이를 비롯한 청중들의 마음을 경쾌하게 두드렸습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신나고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유머러스하고 활력 넘치는 ‘스케르초’를 연주곡으로 선택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금쯤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어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조성진 씨는 201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1위에 입상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한국의 자랑스러운 피아니스트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명망 높은 공연장을 누비는 등 같은 세대의 연주자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음악회에는 장애자녀를 둔 8가족과 푸르메재단 기부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뜻깊은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고 1m 이상 거리를 두고 앉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진행됐습니다.


오프닝을 멋지게 장식한 종로장애인복지관의 '푸르메오케스트라'.
오프닝을 멋지게 장식한 종로장애인복지관의 '푸르메오케스트라'.

작은 음악회의 시작을 연 이들은 종로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푸르메오케스트라. 시각장애와 발달장애 단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오랫동안 연습한 ‘다뉴브강의 잔물결’과 ‘학교 가는 길’을 연이어 연주하며 실력을 뽐냅니다. 짧은 시간에, 완벽한 화음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오랫동안 몇배의 노력으로 완성된 음악일 것입니다.


전체 장애어린이 가족을 대표해 김테오하라 어린이가 조성진 씨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김 군의 어머니인 김정아 씨는 “테오하라가 조성진 씨에게 직접 받은 CD를 누가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집에서 종일 틀고 있다”며 “코로나로 평소 좋아하던 공연을 가지 못해 우울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연주를 듣게 되다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감격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꽃다발을 전한 김테오하라 어린이와 조성진 씨.
꽃다발을 전한 김테오하라 어린이와 조성진 씨.

이 공연은 어린 꿈나무들이 세계적인 음악가의 꿈을 키우는 기회가 됐습니다. 푸르메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장유진 양(12)은 “조성진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면서 세계 무대에서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연주하는 제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시각장애를 딛고 국내 여러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상한 모재민 군(9)도 “평소에 좋아했던 조성진 님의 피아노를 바로 앞에서 들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연습을 많이 해서 조성진 님처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도 설렘 가득한 인사를 전했습니다.


“2005년 재단을 설립한 후 참 행복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많았는데, 오늘은 무엇보다 더 즐겁고 설레는 순간입니다. 조성진 씨의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리며 장애어린이와 청년들을 비롯해 코로나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선물 같은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성진(사진 가운데) 씨가 공연 후 마스크를 잠깐 벗고 장애어린이·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성진(사진 가운데) 씨가 공연 후 마스크를 잠깐 벗고 장애어린이·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을 보지 않겠다고 떼쓰던 아이가 손뼉을 치고 함박웃음을 짓는 것을 보며 위대한 음악가의 손끝에서 흐르는 음악에 강력한 위안과 치유의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수백, 수천명이 나눴어야 할 선물을 50여 명이 분에 넘치게 받은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합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오랫동안 힘겹게 지내온 이들에게 주어진 잠시의 행복. 짧은 순간이지만 그간의 어둠을 희석할만큼 강렬한 빛이었습니다. 장애어린이 가족들이 새로운 날들을 꿈꿀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전한 조성진 피아니스트, 참 고맙습니다.


*글=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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