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2편


[산하기관 탐방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_2편


 


작년 말 등장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말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상향한 이후 온 국민의 생활이 180도 바뀌는 유례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죠.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겠지만, 복지관을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상의 멈춤은 특히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달 온라인공유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일부 발달장애인의 경우 꾸준히 참여하던 낮활동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외출이 제한되어 도전적 행동이 증가했으며, 보호작업시설의 운영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운동과 영양 관리가 되지 않아 건강 손실의 위험에도 노출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하루 1600여 명(비장애인·근로자·견학인원 등 포함)이 방문했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서울장복)은 이런 상황을 하루도 두고 볼 수 없었어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처해 지역 장애인들의 일상을 보호한 서울장복의 이야기 2탄, 지금 시작합니다!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올봄, 정부 지침상 전국의 많은 장애인복지관이 운영을 중단하고 긴급돌봄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재활과 교육, 돌봄이 시급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패닉에 빠졌죠. 이때 서울장복은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해진 4월, 즉시 Zoom 프로그램을 이용한 온라인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박재훈 홍보팀장은 서울장복이 코로나19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변화와 도전에 대한 민감성’을 들었습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시작부터가 도전이었습니다. 다영역의 전문가들이 한 군데 모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을 거라는 의심과 우려가 컸죠.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운영을 잘 해왔고, 우리나라를 넘어 베트남 등의 국가에 우리 모델을 제시하고 교육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홍보 및 콘텐츠 제작을 맡고 있는 박재훈 팀장은 서울장복의 콘텐츠 제작능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오른쪽은 서울장복의 유튜브 채널. 끊임없는 영상으로 이용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는다.

서울장복의 콘텐츠 제작 및 활용능력은 1982년 개관 이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콘텐츠 제작물을 기획하고 배포한 것으로 유명해요. 8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 관련 자료를 구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때 서울장복이 앞장서서 각종 교재 및 전문서적을 번역하고, 유명 만화가 황미나·이현세 등을 섭외해 어린이 인식개선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죠.


요즘에는 유튜브(Youtube)를 이용해 다양한 영상을 보는 게 익숙하지만, 유튜브 산업이 지금만큼 발전하지 않았던 10여 년 전부터 이미 영상물 제작과 유튜브 채널 운영에 힘을 쏟았다고 하니 서울장복의 시대를 읽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죠? 영상 제작에 큰 힘을 쏟았던 서울장복이었기 때문에 언택트(Untact, 비대면·비접촉)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복지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었어요.


성인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낮활동 프로그램 ‘푸르메 아카데미’를 Zoom 라이브로 재빨리 전환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서울장복의 지원사, 치료사 등은 이용자들과 만나지 못하는 기간 동안 가정 내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각종 활동 자료를 손수 만들어 보냈다고 해요. 운동 가이드북, 가이드 영상을 만들어 복지관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기도 했죠. 전문가의 손길이 직접 닿는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안전하게 집에 머물며 건강도 관리하기를 바라는 서울장복의 열정이 참 든든합니다.


이현세 작가가 그린 장애인식 개선도서 ‘우리친구 까치’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황미나 작가의 ‘우리사이 짱이야’. 콘텐츠 개발에 힘썼던 서울장복은 오늘날 영상 콘텐츠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무겁지만 즐거운 책임감으로 나아가는 복지관


늘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서울장복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박재훈 팀장의 말에 의하면 서울장복의 끊임없는 혁신은 무거운 ‘책임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복지관의 비전은 ‘서울형 장애인 복지모델’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이름을 내걸고, ‘시립’ 기관으로서 서울 시민의 세금과 지원에서 오는 책임감이 큽니다.”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습니다. 일단 건강해야 공부도, 직업 활동도, 문화생활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서울장복 건강증진부는 작년(2019)에 모바일을 활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해 복지관에 직접 오지 않아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답니다.


작성을 위해 서울장복을 방문했던 그 순간에도 온라인 교육은 계속되고 있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좌)과 영상으로 수중운동법을 전달하는 수중운동팀(우).

현재(2020년 11월 기준)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에 등록된 장애인복지관은 전국 243개소입니다. 서울장복은 내부의 발전뿐만 아니라 서울, 나아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서비스 전반이 모두 함께 손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꿈꿉니다. 곽재복 서울장복 관장은 복지관 정기간행물에서 “초기에는 경제적 지원, 심리적 지지, 비대면 서비스, 가족 지원과 정보 제공 등이 선결 과제였으며,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제도 개선과 자원 활용, 방역 등 공동 대응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서울장복의 온택트 활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인 11월 7일 토요일에는 매년 복지관에 어린이와 가족들을 초청해 진행했던 ‘장애이해퀴즈쇼, 골든벨을 울려라’의 열 번째 행사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고 해요. 장애인의 ‘보통의 하루’를 보호하고, ‘서울형 복지모델’을 실천하겠다는 서울장복의 책임감은 프로그램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11/7)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2020 장애이해퀴즈쇼 골든벨을 울려라’의 사회를 보고 있는 서울장복 지역포괄촉진부 직원들(좌). 참가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문제를 보며(우) 답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퀴즈쇼에 참여했다.

그러나 언택트 복지관으로서 안정기에 접어선 서울장복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활동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범위가 확장될수록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세계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거리감으로 인해 소외되는 이용자가 없도록, 다가올 신년 계획에서는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왓장이 낮고 예쁘게 깔린 서울장복 옥상 정원의 산책로. 서울장복의 직원들은 이용자들이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웃고 떠들며 함께할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상담과 치료, 교육, 직업재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 장애인과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그 막중한 책임만큼 열정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꿈꾸는 복지관의 미래에, 모든 서울 시민과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선물하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모든 걸음에 푸르메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글=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오정윤 인턴,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을 위한 도전과 변화, 함께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