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웃음 한 가득
'광고천재 이제석'과 함께 외벽홍보물 제작
3월 9일, 푸르메재단이 15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축하파티는 하지 못했지만, 푸르메재단 건물에는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건물의 앞쪽과 양옆을 환하게 웃는 얼굴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부암동에서 자하문터널을 지나 경복궁으로 향하는 쪽으로는 창문 옆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모습이, 푸르메재단과 이웃한 청와대를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면 밝게 웃으며 밖을 향해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에서 부암동 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색색의 옷을 입고 깔깔 웃는 세 사람의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행복의 연쇄반응
푸르메재단이 위치한 이곳은 뒤로는 100년을 훌쩍 넘긴 서울농학교와 맹학교를 두고 앞으로는 주민센터와 파출소, 옆에는 소방서, 그리고 청와대와 이웃하고 있는 주요 사거리의 한 축입니다.
청와대 인근이라는 특성상 개발이 제한돼 있어 옛 서울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것이 이곳 서촌의 매력입니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전통과 현대를 고루 느끼고 싶은 이들의 발길이 계속 늘고 있지요.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렇기에 생동감이 적고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집회가 자주 열려 부정적인 말이 많이 오가는 것도 침체된 분위기에 한몫을 합니다.
첫 과제였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푸르메스마트팜 건립’이라는 재단의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푸르메재단. 올해 15주년을 맞아 서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광고천재’ 이제석 씨와 손을 잡았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위해 수시로 오가는 거리가 조금 더 밝고 아름답기를, 장애청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공간이기를 바라면서요.
이제석 씨는 푸르메재단의 욕구를 100% 반영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꺄르르 소리가 들릴 듯 밝게 웃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얼굴과 세상 밖을 바라보며 닫힌 문을 열고 나오려는 포즈로 긍정의 에너지를 담아냈습니다.
시안대로 재현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 선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델을 어린이로 설정했지요. 카메라 앞에서도 티 없이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어린이를 찾는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푸르메재단 건물을 샅샅이 훑고 상암의 어린이재활병원의 모든 층을 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제석 씨가 강당에서 체육활동을 하는 무리 속에서 환한 웃음을 가진 몇몇을 발견했습니다.
활동 담당자를 찾아 즉시 물었습니다. “푸르메재단 건물의 홍보모델을 해줄 아이들을 찾고 있는데 혹시 부모님께 촬영 동의를 좀 받아줄 수 있을까요?”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마포푸르메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는 성인 장애인들이에요.”
마냥 순수한 웃음에 다들 착각한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니까요. 본인과 그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만족할만한 촬영 결과물을 얻었고, 덕분에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는 밝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웃는 얼굴에는 침을 못 뱉도록 하는 효과도 있지만, 보는 이가 저절로 따라서 웃게 만드는 전염성이 있다고 하지요.
치료와 훈련을 위해 재단 건물을 들고 나는 이용자들은 물론, 일상 속에서 수시로 이 건물을 마주치게 될 주민들, 갖가지 집회로 모인 사람들, 우연히 지나가던 이들까지…. 티 없이 맑은 장애어린이들(혹은 장애청년들)의 웃음에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