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여행길, 향긋한 커피를
행복한베이커리&카페 8번째 매장 오픈
장애인들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며 꿈을 키워가는 일터,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의 8번째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푸르메재단이 SPC그룹·인천국제공항공사와 손잡고 만든 ‘스윗에어 바이 행복한베이커리&카페’입니다.
‘스윗에어 바이 행복한베이커리&카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1층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큼지막한 간판에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매장 안에서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의 상징인 갈색 아치마와 모자를 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5명이 “안녕하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라며 반갑게 손님을 맞이합니다.
위치가 인천공항이라는 특성상 인천에 거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직접 만든 음료와 다양한 빵과 쿠키, 떡을 판매합니다. 지난 12월 7일, 첫날이라 긴장할 법도 한데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재빨리 만들어 건네는 솜씨가 제법 능숙합니다.
훤칠한 키에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장규 씨는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점장님이 저희 누나 같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동료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라고 미소를 짓습니다.
이장규 씨는 이번이 5번째 직장입니다. 화장품 제조회사, 주유소, 음식점 설거지 등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 많았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는 하루 동안 씻어야 할 그릇들이 잔뜩 쌓이니까 힘들었어요.” 주유소에서 2년간 일하다 자동차 매연냄새와 기름냄새에 노출된 열악한 환경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그만뒀습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이장규 씨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바리스타가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다고 말합니다. 제일 자신 있는 음료인 캬라멜 마끼아또와 유자차를 맛있게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달콤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답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커피머신을 다루는 임수민 씨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의류공장, 세탁업체, 쇼핑백 제조회사에서 일했던 임수민 씨. “공장에서 일할 때는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해서 땀이 줄줄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공휴일에도 쉴 수가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 커피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품어 온 바리스타의 꿈을 비로소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수민 씨는 외국인 손님을 잘 응대하고 싶어 요즘 영어공부에 열심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책에 음료와 떡 이름을 영어로 적어놓고 틈틈이 외웁니다. “영어 메뉴를 하나둘 외울 때 제일 뿌듯해요. 외국인 손님이랑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가장 잘 만든다는 임수민 씨는 뜨거운 스팀을 내뿜는 커피머신에 익숙해지려 노력합니다. “계속 하다보면 실력이 점점 늘 거라 믿어요.”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게 된 이장규 씨와 임수민 씨의 가족들은 ‘아주 잘 했다’고 ‘대견하다’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장규 씨는 “엄마가 제가 불합격하면 집에서 나가라고 하더니 이제는 돈 많이 벌어서 결혼하라고 해요”라며 웃습니다.
어엿한 ‘스윗에어 바이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의 바리스타로서 임수민 씨는 더 큰 꿈을 그립니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제 이름으로 커피점을 차리는 게 목표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본드라마와 영국인 유튜버를 만나러 세계여행도 하고 싶고 나중에 온 가족이 함께 살 집도 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이장규 씨는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출퇴근길이 설레기만 합니다. “인천공항 안의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공기도 깨끗하고 매연 냄새를 안 맡아도 되니까 정말 좋아요. 나이가 들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깁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똑같이 봐주세요. 공항에 오시면 꼭 들러주시고요!”
*글, 사진= 정담빈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