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일, ‘치과봉사’
“계속 울면 치과 데리고 간다~!” 어릴 적 부모님의 한 마디에 울음을 뚝 그쳤던 기억이 납니다. 제게 치과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일 년에 여섯 번은 자발적으로 치과를 찾습니다. 치료 때문이 아닌, 봉사를 위해서입니다.
푸르메재단은 2011년부터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 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말의 달콤한 휴식과 데이트를 뒤로 한 채 누군가에게 ‘미소’를 찾아주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푸르메미소원정대’라 부릅니다.
지난 12일 토요일 오전 8시, 푸르메미소원정대의 올해 마지막 활동을 함께 할 대원 30명이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앞에 모였습니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김포에 위치한 해맑은마음터. 도착하자마자 치료 물품을 내리고, 기구를 세팅하니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대원들은 치료대상자 명단을 살폈습니다. 5살 꼬마부터 30살 청년까지 59명 친구들을 소개받고 나니, 설렘이 어느덧 책임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윤 씨. 그냥 보기만 할게요. 아~ 하세요.” “윤석 씨.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네요. 이번에는 진~짜 안 아파요. 아~” 치료 공간은 어느새 어르고 달래는 의료진의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다 요란한 치료 기구 소리에 놀라 울먹이는 친구들에게는 기부자들이 다가갔습니다. 눈을 맞추며 안부를 묻고, 꼭 안아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습니다. “아저씨 봐라. 이렇게 아~하면 돼. 동굴 같지? 신기하지?” “아저씨도 해 봤는데 하나도 안 아파. 그냥 아~ 하면 돼. 진짜라니까~”
시설을 떠나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낯선 사람의 손길은 엄청난 두려움일 겁니다. 친구들이 소중한 치료 기회를 놓칠까 기부자들은 사력을 다해 친구들을 설득했습니다. 경계가 허물어진 사이, 친구들은 자연스레 입을 벌렸습니다. 그 순간, 기다렸던 의료진들은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료를 마친 친구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친구들이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치과이동진료차량도 동원됐습니다. 사실, 모든 치료가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긴 치료에 당황한 친구들은 이리 저리 몸을 비틀고,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의료진들은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치료하려 노력했고, 기부자들은 온 힘을 다해 친구들의 몸을 고정시켰습니다.
이날은 재활상담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거동이 어려워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중증장애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은 친구들의 영양 상태와 수술징후 등을 꼼꼼히 살피고, 시설 담당자에게 건강관리법을 안내했습니다.
처음 해맑은마음터를 방문했던 5년 전 6시간이나 걸렸던 치료시간이 2시간으로 줄었습니다. 5년의 정기적인 치료 덕분에 친구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저는 의료진이 아닌데 도움이 될까요?’ 저는 대답합니다. ‘물론이죠.’
누군가에게 ‘미소’를 찾아주는 일에는 ‘기술’뿐 아니라 ‘마음’도 필요합니다. 치료를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따뜻한 마음’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도 대원들의 그 ‘마음’이 있어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치료를 마친 친구들이 건넨 한 마디에 내년에도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을 위해 더 많은 ‘마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백해림 팀장 (모금사업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