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할아버지의 선물
청계천 가난한 이들을 보듬던 사회운동가, 사진 800여 점을 기증한 기록의 대가,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목사, 일제의 만행을 속죄하기 위해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 우리에겐 ‘노무라 할아버지’로 친숙합니다.
지난 8월 9~10일, 노무라 할아버지가 푸르메재단을 찾았습니다. 늘 그래왔듯 요리코 할머니와 아들 마코토 씨, 며느리 미나 씨와 함께였습니다. 분신과도 같은 낡고 큼지막한 카메라를 목에 메고 아이처럼 미소를 머금은 채 말입니다.
푸르메재단의 오랜 기부자이자 봉사자로서 장애어린이 생각에 매년 빠짐없이 한국을 방문하는 노무라 할아버지. 이번에는 유난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창 공사 중일 때 다녀간 이후로 아낌없는 응원과 힘을 보탰던 국내 유일 어린이재활병원을 드디어 만났기 때문입니다.
“기적이네요!” 노무라 할아버지는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이 실현된 것에 감탄했습니다. 밝고 따뜻한 어린이재활병원 구석구석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는 장애어린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양손에 선물 한가득 결코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노무라 할아버지는 어린이재활병원 1층부터 7층까지 둘러본 후 직원들 수고한다며 준비한 과자세트와 봉투를 조용히 건넸습니다. “병원을 직접 보니 너무 감동을 받아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라며 생활비를 한 푼 두 푼 절약해 모은 기부금이었습니다.
노무라 할아버지는 2009년 임정진 아동문학가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빈민 구제 활동을 위해 1980년대까지 50여 차례 방문했던 한국과의 인연이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이어진 것입니다. 한국을 찾아 제일 먼저 재활치료 받던 장애어린이들을 만난 노무라 할아버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장애어린이 어머니의 손에 여비를 쥐어주었습니다.
그 나눔은 아들 마코토 씨 부부에게로 전해졌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마코토 씨와 치과 코디네이터인 며느리 미나 씨는 휴가를 반납해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치과치료 봉사를 하고 칫솔을 자비로 제작해 보내옵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10만 엔(약 1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기부벽 앞에서 자신과 가족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은 노무라 할아버지. 문득 어린이재활병원이 첫 삽을 뜰 때 “환한 빛으로 이끄는 북극성처럼 장애어린이가 희망의 길로 인도되길 기대합니다”라고 남긴 말씀이 떠오릅니다. 낡은 카메라를 메고 “장애어린이의 웃음소리를 계속 들려주세요”라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 노무라 할아버지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안길성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모금홍보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백경학 상임이사 (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