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할아버지의 국경 넘어 한국 사랑 - APA 수상

‘청계천 빈민의 성자’로 불리는 노무라 모토유키 씨. 청계천 빈민가의 참상을 목격한 뒤 사재를 털어 가난한 주민들 곁을 지켰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만행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고 있습니다. 낡고 큼지막한 카메라를 목에 매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온화한 미소에 사람들은 ‘노무라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 푸르메재단의 오랜 기부자로 한국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노무라 모토유키 씨가

‘제1회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를 수상하며 활짝 웃고 있다.(바라봄사진관 나종민 대표 제공)


인생의 절반을 채우고 넘치는 한국 사랑


노무라 할아버지는 푸르메재단의 오랜 기부자이자 봉사자입니다. 2009년 첫 인연을 맺고 매년 푸르메재단을 방문해 장애어린이들을 만나고 갑니다.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의 등 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장애어린이 어머니의 손에 여비를 슬며시 쥐어주곤 합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보태라며 생활비를 아껴 기부금을 나눌 뿐만 아니라 직원들 고생한다며 달콤한 과자세트를 한 아름 안겨주는 분입니다.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은 대를 이어 아들 마코토 씨 부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아들 마코토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본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며느리 미나 씨는 치과 코디네이터입니다. 부부는 장애어린이를 위한 칫솔을 자비로 제작해 보내오고 휴가를 내서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치과봉사를 합니다.




▲ 지난 4월 21일 노무라 할아버지와 요리코 할머니가 푸르메재단을 찾아 아들 부부가 선물한 기부금을 전달했다.


얼마 전 푸르메재단을 찾은 노무라 할아버지와 부인 요리코 할머니가 봉투 하나를 전해주었습니다. 결혼 10주년을 맞은 아들 부부가 푸르메재단 설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기부한 10만 엔(한화 약 100만 원)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축하받아야 할 기념일에 아픈 아이들을 위해 나눔을 선물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묵묵히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숨은 영웅’


국적과 세대를 초월해 한국에 박애정신을 실천해온 노무라 할아버지가 ‘제1회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sia Philanthropy Awards)는 소명의식과 열정으로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숨은 영웅들을 발굴해 그 활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입니다. 기업과 정부의 지원 없이 비영리 활동가 70인의 기금으로 만든 최초의 시상으로 권위를 가집니다.


필란트로피(박애주의)는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 재원을 기부하고 확산하는 정신을 말합니다.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로서 노무라 할아버지가 선정되었습니다.




▲ 필란트로피의 가치와 정신으로 묵묵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제1회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수상자들의 모습.


지난 4월 22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APA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은 노무라 할아버지가 요리코 할머니와 함께 자리를 빛냈습니다. 분신인 낡은 카메라도 곁에 있었습니다.

APA위원회 김성수 위원장은 “민감한 한일 관계 속에서도 비영리 분야에서는 국경 없이 필란트프로피를 실천해온 분”이라며 노무라 할아버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로 노무라 모토유키의 이름이 호명되었습니다. 장내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한국인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하는 노무라 할아버지가 눈물로 마음을 전했다.


무대 위로 올라 상패와 꽃다발을 받은 노무라 할아버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짓밟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인을 대신해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 때처럼. 노무라 할아버지는 “감개무량”하다며 “일본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지만 역사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한국인을 향한 속죄는 제 삶의 목적으로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생애를 겸허하게 한국인에게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노무라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하며 사랑을 전해왔습니다. 청계천 도시빈민을 돕기 위해 사비를 충당해 활동한 것은 물론 일본, 독일 등 국제 사회에 호소한 끝에 8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2006년에는 소장하고 있던 800여 장의 귀중한 사진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기려 2013년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습니다.




▲ “일본의 진정한 반성만이 사죄하는 길”이라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노무라 할아버지.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깨어있는 정신으로 매순간을 정직하게 기록해나가는 노무라 모토유키 씨. 누군가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자신의 곁을 내어준 배경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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