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 팀장이상 워크숍 '살랑살랑 꽃길을 걷다'
3월의 추위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꽃들이 지천이다. 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만나는 차가운 추위는 두려움을 주지만 세상에 피어난 꽃들은 행복을 준다. 나무마다 봄이 왔다는 증거를 보여주느라 정신이 없다. 이파리가 나오기도 전에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트린다. 그 향기에 취해선지 이미 정신이 혼미하다. 나른한 봄 햇살이 너그러운 위로가 된다.
북한산 둘레길에서 함께한 팀장이상 워크숍
중부지방에 꽃이 절정을 이룬 4월 11일, 2015년 상반기 푸르메 팀장이상 워크숍이 북한산에서 열렸다. 푸르메재활센터, 종로아이존, 행복한베이커리&카페,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종로장애인복지관, 푸르메재단 사무국 팀장이상이 모두 모이니 서른 명이 훌쩍 넘었다. 백운봉 정상에 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봄을 즐기기에는 둘레길을 걷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오늘의 코스는 불광역에 모여 8구간 구름정원길 중간에서 시작해서 9구간 마실길을 지나 10구간 내시묘역길까지 이르는 3시간이 조금 넘는 일정. 9시가 조금 지나자 등산복을 잘 차려입은 푸르메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순도순 안부를 묻고 떠들다보니 9시 30분. 이제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걸을 시간. 백경학 상임이사의 안내로 들뜬 마음으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불광역을 떠나 10분쯤 걸으니 새로 지은 아파트촌이 보이고 언덕을 따라 오르니 8구간 구름정원길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저기 핀 꽃에 취해 나도 모르게 환호
평소 운동부족이었는지 잠시를 걸었는데도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숨도 고를 겸 둘레길 입구 공터에 모였다. 봄날에 함께 걷게 된 워크숍의 의미를 백경학 상임이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컨디션이 좋을 때 사진 한 장 찍고 가자는 말이 나온다. 모두 모여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데크와 산길로 잘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벗은 외투를 가방에 넣을 새도 없이 즐거운 이야기들이 시작됐다. 푸르메 식구라곤 하지만 일하는 곳이 다르다보니 얼굴보기도 쉽지 않았다. 평소 알고 있던 사람과는 깊은 이야기를 모르던 사람과는 인사를 나누며 정겨운 산행이 이어졌다.
그렇게 삼삼오오 걷다보니 한 번 쉬어가자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 쉼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 싸온 과일과 음료를 꺼내놓는다. 짐 무게를 줄이겠다며 힘들게 싸온 과일을 돌리는 식구가 있는가 하면 다음에는 젓가락만 가져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여기저기 웃음이 넘쳐난다. 시원한 음료로 기력을 보충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9구간은 계단이 많아 조금 지치지만 이내 평지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물을 채 빨아올리지 못한 나무들은 새싹을 다 피우지 못했지만 꽃만큼은 선명하다. 꽃길을 걷자니 발걸음이 느려진다. 벚꽃길을 통과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가벼운 환호가 퍼진다.
하반기 워크숍을 기약하며
그렇게 2시간쯤을 더 걸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한 식당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 힘들었는데 지칠 무렵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닭볶음탕과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한 잔씩 돌리니 이보다 값진 성취감을 얻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모두 즐거운 얼굴을 보니 좋은 벗과 함께하는 여행은 천 리 길도 힘들지 않다던 옛말이 떠올랐다. 가볍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족구장으로 모였다. 소속별로 팀을 나눠서 족구와 배드민턴을 했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라서 그런지 코미디 같은 동작이 속출한다. 그래도 이기겠다는 열의가 뜨겁다. 승패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누구나 알듯 진 팀을 위해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즐거웠던 하루를 보내고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면서 또 하반기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푸르메 식구들과 헤어짐이 아쉬운 것을 보니 걸었던 거리만큼 훨씬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글, 사진= 한광수 팀장(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