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청춘 김예슬 씨가 전하는 희망 - 힘들어도 결국은 좋은 도전
▲ 씩씩한 예슬 씨(가운데)와 든든한 응원군인 치료사 선생님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바로 우리 복지관에서 수중재활운동과 특수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김예슬 씨입니다. 첫 만남부터 활짝 웃는 미소가 기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2년 전, 스물 셋 꽃다운 나이의 건강한 대학생이었던 예슬 씨의 몸이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병원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병명은 ‘윌슨병’. 음식과 함께 섭취돼 몸 안에 축적된 구리가 배출되지 않는 유전병입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병은 근육마비와 신경질환 증상을 가져왔습니다. 근육 마비는 얼굴과 혀에도 영향을 미쳐 언어장애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어렵게 발견되는 병이라 그런지 진단을 받은 후에는 급격하게 몸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치료를 위해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열심히 다니던 학교도 휴학해야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많이 놀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걷기도 힘들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습니다.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에게 의지해 조금씩 걷는 게 재활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장애인복지관이 생각났고 용기를 내어 방문하게 됐습니다.”
▲ 즐겁게 수중재활운동을 하고있는 예슬 씨.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하면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밝게 말하는 예슬 씨지만 처음에는 놀라고 무섭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이 큰 힘이 됐습니다. 복지관에 찾아온 용기가 여러 가지 재활운동으로 이어져 상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체력도 좋아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복지관 건물 안에 있는 수화통역센터에서 수화를 배우며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1미터 당 1원 씩 기부되는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해 달렸습니다. 수중재활운동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마라톤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든 도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왜 참여하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 매주 수요일 개별특수체육 프로그램에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재활운동은 오늘 조금 편하면 내일 더 힘들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이겨내야 하는 힘든 시간이라면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늘 다짐합니다. 마라톤도 아마 힘든 도전이겠지만 노력해 이겨내고 나면 결국 좋은 도전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라고 다부지게 대답했습니다. 다음에는 수영에도 도전할 생각이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구리가 배출 되지 않기 때문에 약이 없으면 안 되는 윌슨병 환자들을 위한 소망도 이야기 했습니다. 윌슨병은 10만 명당 한 명이 걸리는 희귀난치성질환이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매일 먹어야 하는 약조차 안정적으로 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매일 약이 필요한 윌슨병 환자는 모두 300명. 민간 업체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것만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합니다. ‘안정적으로 약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윌슨병 환자와 가족들의 소망’이라고 하는데요. 예슬 씨는 이런 윌슨병에 대해 알리고 약의 필요성을 알려 환자들의 불안을 줄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을 돕는 수화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예슬 씨.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슬 씨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예슬 씨의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글, 사진= 이지혜 사회복지사 (과천시장애인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