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문화 나들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가을입니다. 청명한 하늘이 아름다웠던 지난 15일, 종로장애인복지관은 60여 명의 장애인 이용자와 함께 책 속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함께 간 곳은 강원도 춘천시 실레마을입니다. ‘봄봄’, ‘동백꽃’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한국 단편문학의 대표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독서문학기행’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나들이는 장애인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고희선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나의 고향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닿는 조그만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洞名)을 실레라 부른다.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데인가 시적이다. 어수룩하고 꾸물꾸물 일만 하는 그들을 대하면 딴 세상사람을 보는 듯하다.


 


(김유정, 「오월의 산골작이」에서)




 




▲ 고희선 작가의 설명에 따라 김유정 생가를 둘러보는 참가자들


김유정은 죽었지만 그의 고향 실레마을에서 그는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간 고희선 작가는 김유정의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과 지명을 이곳 실레마을에서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김유정의 소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작품인 셈입니다. 이곳에 닿는 ‘신남역’이 사람의 이름을 딴 최초의 기차역, ‘김유정역’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인근에 위치한 애니메이션박물관에 방문했습니다. <내 마음의 보석과 자기 두려움, 그리고 용기>라는 주제로 고희선 작가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삶에서 가장 두렵고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은 마치 내 마음의 보석을 찾아가는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애니메이션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독서문학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책 속을 여행하고 내 마음을 돌아본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김유정이 쓴 책을 펼쳐볼 때마다 생생하게 되살아날 기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사진 : 장민경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


 


*이날 함께한 고희선 작가는 예술치료와 동양사상을 접목한 다양한 치료 및 문화컨테츠 기획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말하는 소나무>, <죽어야 사는 나무>, <해소녀>, <바다를 건너간 낙타> 등이 있습니다.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