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아름다운 동행

[푸르메미소원정대 2013년 5차]


 


지난 10월 26일 미소원정대가 있던 날 아침부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듬직한 자원봉사자 분들도 함께 가기로 했지만 갈 곳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적으로는 경기도 김포지만 지리적으로는 강화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맑은마음터’가 오늘의 행선지입니다. 특별히 동행하기로 한 신한은행 자원봉사자들과 치과 진료뿐 아니라 한의학 진료와 재활 진료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원정대를 생각하며 평소보다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여럿이 함께한 미소원정대


오전 8시가 되자 신한은행 본점에 모인 의료진과 신한은행 봉사자 분들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의료기기를 실은 미소원정대도 푸르메재단에 모여 곧 출발했습니다. 한번에 60여 명이 출동한 미소원정대는 극히 드물었기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난다는 얘기를 듣고 서두른 덕에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신 선생님의 첫 마디가 귀에 생생합니다. “지금까지 봉사를 오셨던 많은 분들 중에서 이렇게 일찍 저희를 놀라게 해주신 분들은 이번이 처음이예요!” 칭찬을 들으니 뿌듯함으로 의기양양해진 마음에 올라간 어깨를 추스리느라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해맑은마음터에 모인 미소원정대와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이른 아침 해맑은마음터에 모인 미소원정대와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해맑은마음터 소개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미소원정대 본연의 임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분들도 치과진료팀, 한의학팀, 외부지원팀으로 나뉘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더욱이 외부지원팀은 시설에 거주하고 계신 장애인 분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심은 야콘을 수확하기 위해 미리 장갑까지 준비한 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1년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는다고 해도 치료가 지원되지 않는 검진이기 때문인지 장애인 분들을 대하는 의료진의 표정이 밝지 않아 내심 걱정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진 않은지 한 명씩 진료가 진행될 때마다 다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진료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혹시라도 시간이 없어 진료를 진행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해맑은마음터의 담당 선생님들은 의료진 곁에서 일상 생활 시 문제점과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자세히 듣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병원이 장거리에 있어 한방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을 진료 중인 이소영 한의학 원장(오른쪽),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평소 습관 등을 들으며 친절히 한 명씩 진료해주시는 푸르메재활센터 송우현 센터장(왼쪽)
병원이 장거리에 있어 한방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을 진료 중인 이소영 한의학 원장(오른쪽),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평소 습관 등을 들으며 친절히 한 명씩 진료해주시는 푸르메재활센터 송우현 센터장(왼쪽)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70"]치과진료를 마친 장애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치과진료를 마친 장애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신한은행 자원봉사자[/caption]수확의 즐거움을 캐다


시설 안에서 진료가 진행되는 동안 버스로 30여 분을 달려 강화로 들어간 이들이 있었습니다. 장애인들과 야콘을 함께 수확하기 위해 종이 모자와 빨간 목장갑을 착용한 신한은행 봉사자 분들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포까지, 또 김포에서 강화까지 들어오느라 훌쩍 지나간 점심 시간에 배가 고플 봉사자들.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봉사자들과 푸르메재단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나눴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종이 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봉사자 분들은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야콘을 수확해가는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분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수확한 야콘을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던지 함께 야콘을 캐러 나온 장애어린이들의 웃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았던 걸까요? 야콘 수확 현장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상자들은 금새 야콘으로 채워져 한 트럭이 될 때까지, 아니 밭에 야콘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해맑은마음터에 거주하는 장애인 분들과 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수다의 장을 펼치며 신나게 마무리 해가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야콘’을 외치며 힘차게 야콘을 수확하는 신한은행 자원봉사자들과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왼쪽), 수확을 마치고 기분좋게 웃으며 다같이 한 컷(오른쪽)
‘야콘’을 외치며 힘차게 야콘을 수확하는 신한은행 자원봉사자들과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왼쪽), 수확을 마치고 기분좋게 웃으며 다같이 한 컷(오른쪽)

진심과 정성으로 동행하는 길


오후 3시가 넘도록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도 없이 진료가 강행되었습니다.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사고라도 났나 싶어 달려간 곳엔 중증장애인 한 분이 진료 중인 치위생사의 손가락을 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픔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른 치위생사가 무안한 듯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괜찮으시냐는 질문에 치위생사는 시크할 정도로 씩~ 웃어보이며 다시 진료를 이어갔습니다. 옆에 있던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분들은 혹시라도 중증장애인 분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이다 다칠까봐 허리 숙여 손과 발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두 눈에 중증장애인 한 명이라도 진료를 잘 받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아름다운 동행’. 신한은행과 함께한 2013년 5차 푸르메 미소원정대
‘행복으로 가는 아름다운 동행’. 신한은행과 함께한 2013년 5차 푸르메 미소원정대

신한은행이 보여준 ‘행복으로 가는 아름다운 동행’.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가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보여주신 사랑이라는 것을 되새겨봅니다. 다시 한번 성심성의로 달려와 도와주신 신한은행 자원봉사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희를 반겨주기 위해 달려와주신 해맑은 마음터 원장님을 비롯하여 국장님과 사업을 진행해주신 물리치료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푸르메 미소원정대는 신한은행과 함께 합니다.


*글= 강정훈 간사 (나눔사업팀)

*사진=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김해진 간사 (경영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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