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학 상임이사의 ‘세상을 바꾸는 맥주이야기’

<11월의 푸르메 기획강연 공公유有 후기>


맥주 좋아하시나요? 차갑고 풍성한 거품 사이로 올라온 구수한 향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짜릿함. 행복한 순간에는 좋은 술이 되어주고 슬플 때는 위로가 되어주는 술. 알콜함량이나 양조법 그리고 색에 다양하게 이름 붙여진 맥주들이 사람들을 반깁니다. 그런데 이처럼 친숙한 맥주가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꾼 도전이기도 합니다. 잔에 가득한 거품처럼 인생이란 그릇에 희망을 담아낸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의 맥주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국내 최초 하우스맥주 옥토버훼스트 설립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오감이 행복한 맥주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국내 최초 하우스맥주 옥토버훼스트 설립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오감이 행복한 맥주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맥주를 존경하다 


백경학 상임이사는 맥주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합니다. “맥주를 마실 때 코는 냄새를 맡고 눈은 색깔을 봐야합니다. 맥주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내 몸이 될 수 있는 영양제처럼 느끼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맥주와 거품을 7:3 비율로 하고 맥주잔은 상박 15도로 기울여 맥주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마실 것을 권유합니다. 그럴 때 맥주가 ‘물로 만든 연금술’로 느껴질 것이라며 맥주 예찬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맥주의 매력에 빠지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


대학시절 민주주의 사회를 열망하던 백경학 상임이사는 구속되거나 징집, 군대를 가게 된 선배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CBS에서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한겨레와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한국사회의 변화를 열망했습니다. 나아가 서독이 통일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했듯이 한국사회도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독일 뮌헨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문인들이 흑맥주를 마시며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법치국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그를 독일로 이끈 것입니다.


맥주는 얼음잔이 아닌 상온에 있는 잔으로 마셔야 최상의 맛을 냅니다. 넘치는 거품의 향을 맡으면 훨씬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맥주는 얼음잔이 아닌 상온에 있는 잔으로 마셔야 최상의 맛을 냅니다. 넘치는 거품의 향을 맡으면 훨씬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독일인은 맥주를 ‘육체와 영혼을 적시는 정화수’라고 느낍니다. 그처럼 맥주는 독일인의 삶에 주는 의미가 큽니다. 그들에게 맥주를 왜 마시는지 묻는다면 기분, 기후, 문화 등 모든 조건들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심지어 괴테는 책은 고통을 주지만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면서 ‘영원한 것은 맥주뿐’이라고 했습니다.


밀맥주를 마시며 강연을 듣는 청중들. 밀맥주는 밀로 만든 맥주로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밀맥주를 마시며 강연을 듣는 청중들. 밀맥주는 밀로 만든 맥주로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맥주의 빛과 그림자 


맥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고대 게르만족이 밀을 발효시켜 말린 우연한 발견을 계기로 탄생된 맥주. 당시 와인을 귀족만 마실 수 있었다면 맥주에는 계급이 없어 누구에게나 평등한 술이었습니다. 중세에는 수도사들이 맥주를 만들어 팔았고 배급받은 맥주로 금식과 기도의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맥주를 마시며 독일어로 성서를 번역해 시민계급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역사 속 맥주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하지만 맥주는 히틀러를 만나며 역사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습니다. 맥주를 사랑했던 히틀러. 호프브로이하우스 맥주집에서 독일인의 순수한 혈통과 정신의 위대성을 연설했습니다. 히틀러의 광기는 독일인을 규합해 사상에 맞지 않는 책을 불태웠고 유태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학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히틀러처럼 광기에 사로잡힌 지도자를 만나면 어떤 암흑의 역사를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찾아온 불행을 딛고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기 전 가족과 함께 떠난 영국 여행은 인생의 차선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불행은 찾아온다.’ 편두통 때문에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기 위해 나와 있던 백경학 상임이사의 아내를 들이받았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안타깝게도 출혈이 심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6명의 간호사는 3교대로 정성껏 돌봐주었고 의사는 아내의 상태를 수시로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헌신적이고 친절한 의료진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환자의 상태에 대한 알 권리 역시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타지에서 당한 교통사고. 외국 의료진의 헌신은 한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과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직시하게 했습니다.
타지에서 당한 교통사고. 외국 의료진의 헌신은 한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과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직시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유럽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제일 좋은 재활병원에 가도 3개월을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병원 복도는 면회 온 사람들로 북적여 환자들이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열악한 의료현실을 몸소 경험한 백 부부는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을 세우자고 다짐합니다. 우선 병원 설립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비영리 재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맥주였습니다.


맥주가 이어준 아름다운 인연


6년 전 독일 유학 중 양조 공학을 공부하러 온 한국인 청년과의 우연한 만남이 떠올랐던 그는 그 청년과 함께 옥토버훼스트를 공동으로 설립하게 됩니다. 59명의 투자자들이 마중물이 되어 옥토버훼스트를 설립했고 성공을 거뒀습니다. 곧이어 옥토버훼스트 주식의 일부와 8년간의 긴 소송으로 얻은 피해보상금을 더해 푸르메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백경학 상임이사는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씹는 기쁨을 찾아주고자 장애인 전용치과를 세웠고 쪽방촌을 찾아 병원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진료 봉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단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자 꾸준히 소중한 인연이 모여들었습니다. 한 장애인 부부가 땅을 기부한 이후로 3000여 명의 기부자들이 장애인의 삶을 돌보는 푸르메센터라는 기적을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백경학 상임이사는 더 나아가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어린이재활병원을 꿈꿉니다. 가수 션처럼 같은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강연에 참석한 많은 분들과 함께. 고통의 경험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만드는 백경학 상임이사의 도전은 계속 됩니다.
강연에 참석한 많은 분들과 함께. 고통의 경험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만드는 백경학 상임이사의 도전은 계속 됩니다.

딸과 함께 참석한 분은 “불행한 순간을 사회의 좋은 기회로 만드신 상임이사님이 존경스럽다.”고 소감을 전했고,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이지선 씨와 같은 이름을 가진 딸은 후원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대학원에서 식문화를 전공하는 분들은 유익한 강연이었다며 “어린이들에게 저희 재능을 나눌 수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재단과 맥주의 깊은 관계가 사람들을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기분입니다.


강연 후 4층 식당에서 참가자들이 둘러 앉아 옥토버훼스트에서 배달된 맥주와 소시지를 음미하며 맛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강연 후 4층 식당에서 참가자들이 둘러 앉아 옥토버훼스트에서 배달된 맥주와 소시지를 음미하며 맛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백경학 상임이사는 “맥주를 마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꿈을 꾸게 된 것은 제가 겪은 고통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맥아가 발효되어 시원한 맥주로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듯이 고통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분. 그가 건네는 맥주 한 잔의 의미를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습니다.



푸르메재단 기획강연 공共유有는 2013년 8월부터 매월 다양한 주제로 열립니다. 기부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나가는 인문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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