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부부, 경주로 떠나다
경주로 가는 버스는 추억을 태우고 달린다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는 10월 10일 중도장애부부 상담프로그램 ‘부부 같이(가치) 찾기’에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떠나는 당일 맑은 서울 날씨에 참여하는 부부들의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다섯 부부 모두 일찍 복지관으로 나와 출발을 준비했습니다. 일정을 간단히 알려드리고 우리와 동행할 김도현 역사문화해설사를 소개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김수영 님(53세•가명)은 “경주는 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오고 처음이라 마음이 설렌다.”고 하였고 다른 분들도 학창시절 경주 여행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경주에 살아 숨 쉬는 조상들의 경이로움은 가슴으로 전해진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하자 선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에밀레종으로 더 유명한 이 종의 역사와 주조 방법을 들으며 오랫동안 종소리를 음미했습니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반짝반짝한 금관과 각종 유물을 보며 어머님들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화려함과 함께 어쩜 이렇게 세밀하고 예쁘게 만들었는지 감탄하며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습니다. 첨성대의 기울어진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 몇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오후 여행을 마치고 부부가 서로의 고마움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의 임무였던 부부의 상징 사진 찍은 것을 붙이고 카드를 썼습니다. 고마운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을 써도 되고 간단한 한마디도 좋으니 서로에게 하고 싶던 말을 작성했습니다. 카드를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작성한 분도 있었고 한참을 망설이다 “고맙습니다.” 한 마디를 쓴 분도 있었습니다. 장애로 인해 손을 사용하기 어려워 글씨가 삐뚤거나 틀리기도 하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가득하였기에 카드를 받은 서로의 얼굴은 환해졌습니다.

불국사,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 날 경주하면 떠오르는 불국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여기에 오랜만에 온 부부들 모두 부부들 모두 초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흙길에서 나무를 만날 때면 치료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오랜만에 가져 즐겁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불국사에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 불편한 곳이 많아 꼼꼼히 다 둘러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바닥도 울퉁불퉁하여 통행이 어려웠습니다. 부부들은 이 점이 아쉽지만 멋진 탑과 불국사의 전경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실 뿐이야. 우리랑 다른 사람이 아니야.”
다음 관광지는 신라밀레니엄 파크였습니다. 이곳은 최근에 영화 ‘관상’을 촬영한 장소입니다. 웅장한 ‘천 궤의 비밀’ 공연을 보고 신라 귀족마을과 궁궐 촬영장을 관람했습니다. 부부들 모두 정말 예쁘다며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좋은 자리를 잡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이때 수학여행을 온 듯한 초등학생들과 마주쳤습니다. 한 학생이 “장애인이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자 옆에 있던 학생이 “몸이 조금 불편하실 뿐이야. 우리랑 다른 사람이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옆에서 얘기를 들은 어머님 한 분이 그 학생을 돌아보고 엄지를 세우며 “멋있다!”라고 응답해주었습니다.

부부에게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 동안 부부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에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유익했다고 감사함을 표현하였습니다. 한 분은 “선생님께서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또 다른 분은 계속해서 “오케이”를 외치며 고맙다고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며 좋은 추억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거리가 멀어 쉽게 갈 수 없는데 단순히 둘러 보는 것이 아닌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고 하였습니다. 부부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며 소통이 깊어지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 사진= 이슬이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사회통합팀)
* 중도장애부부상담 프로그램 ‘부부같이(가치)찾기’는 중도장애부부들의 장애수용을 도와 심리적인 안정과 건강한 가족문화 형성을 지원합니다. 2013년도 삼성복지재단이 지원하는 ‘작은나눔 큰사랑’에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