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하실래예~?”


소원이 이루어지다


안녕하세요. 종로장애인복지관입니다.

종로구와 3000여 명의 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 건립된 종로장애인복지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복지관을 이용하는 이용자 분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애로 인해 이동이 불편한 복지관 이용자분들에게 방송에 참여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저희 기관에 오셔서 방송을 진행해주실 수 있을까요? ... (중략)


이렇게 시작된 작은 초청 편지가 큰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26일 푸르메홀에서 열린 KBS 3라디오 생방송 ‘강원래의 노래선물 『와글와글 주먹밥 콘서트』’가 바로 그 결실입니다. 진행자인 강원래 씨와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 그리고 가수 캔이 복지관에서 직접 선곡한 노래를 들려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개방송에 참가하는 장애인 분들을 위해 KBS에서는 맛있는 주먹밥을,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신선한 과일을, 사회적기업 청밀에서는 음료수를 제공해 주어서 아주 풍성한 콘서트가 되었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 최고! 행복한 기운을 선물하다


복지관에서 라디오 공개방송을 한다고 안내 문자를 보낸 당일 4시간 만에 접수가 마감되었을 정도로 이용자 분들의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방송 당일에도 미처 신청하지 못한 분들도 찾아오셔서 푸르메홀을 가득 메웠습니다. 강원래 씨와 가수 캔에게 사진 찍기를 강요(?)하기도 하고 노래 중간에 나와서 춤을 추며 충분히 즐겼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묻는 강원래 씨의 질문에 자탄풍은 “와서 살고 싶은 곳입니다. 복지기관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활기차고 잘 웃는 분들은 처음 만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행복한 기운을 느끼니 와서 살고 싶네요.”라며 방송을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캔 총각들 어른이 사진을 찍으면 브이 정도는 해줘야지~”
“캔 총각들 어른이 사진을 찍으면 브이 정도는 해줘야지~”

신나게! 마음으로 함께 노래하다


생방송에서 함께 부르기 위해 복지관 이용장애인 분들에게 애창곡을 여쭤봤습니다. 아이돌 가수의 최신 음악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노래가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Steel Heart의 She’s gone이요”라고 응답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생방송 당일에 조사한 곡 중 10곡을 초대된 가수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이브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기도 하고 마이크를 잡고 직접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권용찬 씨께서 맨발의 청춘을 멋지게 부르자 여기저기서 “가수보다 잘한다~”고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최영민 씨는 비겁하게 불러야 하는 노래를 아름답게 불러주셔서 방청객들을 웃음 짓게 했습니다.


맨발의 청춘을 “와다다다다~” 열창한 이용자 권용찬 씨(가명) (왼쪽), “비겁하다~ 욕하지마~” 이 노래도 아름답게 불렀던 이용자 최영민 씨(가명) (오른쪽)
맨발의 청춘을 “와다다다다~” 열창한 이용자 권용찬 씨(가명) (왼쪽), “비겁하다~ 욕하지마~” 이 노래도 아름답게 불렀던 이용자 최영민 씨(가명) (오른쪽)

종로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 생방송 출연하다


이날 방송에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이 출연하여 의미를 더했습니다. 화인의 지휘 방법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어 조금은 다릅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지휘자의 작은 소리에 맞춰서 연주를 합니다. 오랜만의 공연이라 익숙하지 않아 옆 사람의 소리가 이어폰에 섞여 들어왔습니다. “생방송이라고 하니 긴장해서 새벽 3시에 잠이 들었어요”, “방송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한 곡 밖에 못하는 것은 아쉽네요”, “연습때 처럼만 하면 좋을텐데... 올라가면 실수할까 걱정이에요”. 긴장하며 생방송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
종로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강원래 씨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오늘 특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활동하고 계신 오카리나팀 화인(FINE)입니다.” 힘찬 박수와 함께 입장한 회원들은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둘셋 둘둘셋” 지휘자의 작음 신호로 공연이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전파를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게스트로 참여한 연예인과 관객들도 이 순간만큼은 화인(FINE)의 연주에 빠져들었습니다. 휘파람 소리처럼 편안한 음이 귀를 어루만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었습니다. 완벽한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푸르메홀을 가득 메웠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
아름다운 멜로디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각장애인 오카리나팀 화인(FINE)

기적의 1년, 100년을 꿈꾼다


오카리나는 배우기 쉬운 악기이지만 이것을 장애인, 비장애인이 화음을 내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만들어낸 흥겨움은 직원과 이용자 모두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함께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 장벽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때로는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꿈이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푸르메센터 1주년의 꿈이 100년 후까지도 영원하길 기대해 봅니다.


*글= 탁현정 사회복지사, 김요한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기획홍보팀)

*사진= 김요한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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