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 희망을 달리다

<2013 뉴레이스 서울> 참관기


 


션 씨가 미는 유모차가 트랙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션 씨가 미는 유모차가 트랙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일요일, 소중한 시간을 방해받다


일요일은 꼭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소파에 누워 재방송 오락채널을 돌려봐야 쉬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게으르다는 뜻이 아니다. 딱 하루. 일요일 아침이 소중할 뿐이다. 빈둥대는 자유, 그것이 나에게 소중한 릴렉스 방법이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교회를 가거나 조기축구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다. 일요일엔 누워서 홈쇼핑 채널 몇 개에 집중해 주는 것이 휴식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푸르메재단에 입사를 하고 네 번째 맞은 일요일. 소파 위에서 평화를 부르짖으며 휴식해야 하는 나에게 중대한 업무가 떨어진 것이다. 바로 뉴발란스社에서 개최한 <2013 뉴레이스 서울>대회에 참석하라는 지시.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야기를 들을 것은 때마침 월급날. 일요일을 반납해야 한다는 중대한 결정도 나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었다.


희망의 위해 잠실주경기장에 모인 사람들


하지만 행사 스케쥴을 보니 쿨이 핫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라톤은 8시에 시작하는데 원활한 지원을 위해 스탭은 7시까지 모여야 한단다. 나의 집은 파주, 행사장은 잠실. 일요일 소파에 이어 새벽의 침대까지 포기해야 하는 나는 멘붕에 빠졌다.


잠실주경기장에 참여한 2만 명의 참가자들. 이날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 인파로 장관을 이뤘다.
잠실주경기장에 참여한 2만 명의 참가자들. 이날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 인파로 장관을 이뤘다.

5월 26일, 드디어 D데이. 토요일 저녁 약속도 포기하며 일찍 잠을 청해서 그런지 맞춰 논 알람 시간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간단히 씻고 차를 몰고 잠실로 향했다. 늦잠을 자고 있을 서울 시민을 모두 깨우겠다는 심산으로 가능하면 요란하게 차를 몰았다. 막히지 않은 탓에 6시 조금 넘어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 ‘집 먼 자의 비애’라고 기다릴 수 밖에.  조금 시간이 지나자 주관사에서 나눠준 연두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 7시가 되자 푸르메재단 식구들과 마라톤을 함께 뛸 자원봉사자들까지 집합 완료.


(왼쪽)행사의 사회를 맡은 개그맨 노홍철 씨가 기자들 앞에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가수 션 씨가 출전을 앞두고 기념촬영. 션 씨는 한 시간 일찍 경기장에 나와 유모차와 아이들의 컨티션을 체크했다.
(왼쪽)행사의 사회를 맡은 개그맨 노홍철 씨가 기자들 앞에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가수 션 씨가 출전을 앞두고 기념촬영. 션 씨는 한 시간 일찍 경기장에 나와 유모차와 아이들의 컨티션을 체크했다.

오늘의 주요 미션은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만원의 기적>을 이끌고 있는 가수 션 씨와 은총이네 가족의 완주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일. 션 씨가 두 아들을 데리고 마라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다. 주경기장에서 마라톤을 위한 사전 이벤트가 시작되고 행사에 참여한 스타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제아파이브, 에프엑스 빅토리아, 배우 이진욱, 박기웅, 서지혜, 개그맨 노홍철 등에 이어 우리의 션 씨가 소개되자 환호성은 더욱 커져갔다.


션 씨와 은총이 부자가 달릴 준비를 끝내자 든든함이 느껴져


 


(위 왼쪽)달리기에 앞서 은총이 가족과 만난 션 씨.(위 오른쪽)푸르메재단에서 준비한 홍보물을 등에 달고 있는 션 씨.어린이재활병원 위해 뛴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아래)모든 준비를 끝내고 두 가족이 기념 촬영 한 컷.
(위 왼쪽)달리기에 앞서 은총이 가족과 만난 션 씨.(위 오른쪽)푸르메재단에서 준비한 홍보물을 등에 달고 있는 션 씨.어린이재활병원 위해 뛴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아래)모든 준비를 끝내고 두 가족이 기념 촬영 한 컷.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션 씨는 두 아들(하랑, 하율)을 태운 유모차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먹을 간식부터 안전벨트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몸 풀기 운동을 시작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다. 바로 은총이네 가족. 은총이는 희귀난치병 질환으로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잘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션 씨와 은총이 가족의 인연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다고 한다. 장애어린이를 위한 시설 건립이라는 꿈을 목표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다고. 은총이 부자가 마라톤에 참여하자 션 씨도 두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함께 달려 우정을 과시하게 되었다. 션 씨 가족과 은총이 부자가 달릴 준비를 끝내자 왠지 든든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출발~  션 씨와 은총이 부자는 경쟁이라도 하듯 힘껏 출발했다.
드디어 출발~  션 씨와 은총이 부자는 경쟁이라도 하듯 힘껏 출발했다.

8시가 되자 땅하는 소리와 함께 두 대의 유모차가 수 많은 참가자들 틈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2만 명의 사람들이 A~D그룹으로 나눠서 줄줄이 스타트 라인을 빠져나가자 행사는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이날 사회를 본 노홍철 씨는 쉴 새 없이 뛰어가는 사람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격려하기 시작했다. 무대 한쪽에선 요란하게 재즈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2만 명의 출전자중 마지막 사람들이 스타트 라인을 출발할 무렵 이미 반환점을 돌아온 선두 그룹이 경기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0km를 30분대 뛴다는 것은 마라톤 선수의 기록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고수가 많았다. 나가려는 자와 들어오려는 자를 나누려고 순간 운동장은 혼잡해지고 우리도 션 씨를 지켜보기 위해 운동장 트랙으로 달려 나갔다.


두 가족의 사랑의 질주


기다림도 잠시. 43분이 지나자 두 가족의 모습이 운동장에 들어왔다. 앞에는 은총이 가족과 바로 뒤이어 션 씨의 유모차가 달려오고 있다
기다림도 잠시. 43분이 지나자 두 가족의 모습이 운동장에 들어왔다. 앞에는 은총이 가족과 바로 뒤이어 션 씨의 유모차가 달려오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은총이를 태운 유모차가 눈에 들어 왔다. 뒤이어 바로 션 씨가 미는 유모차도 경쟁이라도 하듯 달려 들어오고 있었다. 88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라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은 분명 아니다. 나는 순간 엄숙함, 환희, 경외감, 존경심 등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자 몇 미터를 함께 뛰었지만 그들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등판만 찍고 말았다. 그럴 무렵 두 가족만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뒤쳐져 있던 션 씨가 힘을 내어 은총이 부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도착점 200여 미터  를 앞두자 션 씨의 유모차가 앞서기 시작했고 간발의 차이로 션 씨가 먼저 도착했다.


도착점에 먼저 도착한 션 씨. 뒤이어 은총이 부자의 유모차가 들어오고 있다.
도착점에 먼저 도착한 션 씨. 뒤이어 은총이 부자의 유모차가 들어오고 있다.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션 씨는 지루했을 아이들을 먼저 챙겼다. 은총이 아버지에게 웃으며 “만 원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봐서 아마 경기에서 진 사람이 만 원을 주기로 내기를 걸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그들의 질주는 40여 분만에 끝났다. 잠시 후 함께 뛰었던 자원봉사자들도 도착점에 들어오고 있었다. 한 가지 대단했던 것은 무거운 유모차를 밀면서 40분대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홀로 뛰어 30분대에 들어온 고수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을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해내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에 참여를 할수록 실력이 늘어서 둘 다 이번이 최고의 기록이라고 한다. 대견하다고 등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마 션 씨가 나랑 동갑만 되었더라도 달려가서 헹가래라도 쳤을 것이다.


그들을 통해 배운 의미있는 삶


 마라톤을 끝내고 션 씨는 은총이에게 달려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션 씨는 은총이가 한 번이라도 웃게 하려고 다양한 행동을 취했다.
마라톤을 끝내고 션 씨는 은총이에게 달려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션 씨는 은총이가 한 번이라도 웃게 하려고 다양한 행동을 취했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통해 션, 정혜영 부부가 영화 출연료 1억 원을 희귀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위해 기부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션 씨의 장애어린이를 위한 무한 사랑을 재단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힘차게 질주하던 션 씨와 은총이 부자를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구나” 라는 감동과 함께 그동안 소파 위에서 보낸 의미없는 수많은 날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행사가 끝나고 참가한 봉사자들 및 푸르메재단 직원들과 단체사진.
행사가 끝나고 참가한 봉사자들 및 푸르메재단 직원들과 단체사진.

행사를 끝내고 파주로 돌아오며 <만원의 기적>캠페인의 문구 중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사랑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 주는 것입니다.’

언젠가 나도 그들과 함께 달려야겠다.


*글/사진= 한광수 홍보사업팀장



<2013 뉴레이스 서울> 대회는 뉴발란스사가 개최한 대회로 수익금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해 주셨습니다. 가수 션 씨는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만원의 기적> 캠페인을 이끌고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대회 및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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