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충치 하나도 없어요!
지난 15일 종로장애인복지관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적장애 어린이 여덟명이 푸르메재단에서 진행하는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의 지원으로 치과진료를 받았습니다. 치아 상태를 점검하고 예방치료와 칫솔질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직은 치과가 조금 두려운 아이들의 좌충우돌 치과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양치로 긴장도 씻어냈어요
치과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은 덜컥 겁부터 먹었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 치과 체험의 첫 단계였습니다. “치과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요?”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발표했습니다. 치과에 가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금새 분위기가 밝아졌습니다.
무서운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푸르메치과로 이동했습니다. 의사선생님과 치위생사선생님들은 환한 미소로 맞이했습니다. 칫솔과 치약도 선물해줬습니다. 아이들은 새 칫솔로 치카치카 양치질을 하고 깨끗한 치아가 보이도록 활짝 웃었습니다. 치과에서 양치질과 같은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은 장애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하고 공포를 없애줍니다.
저는 치과가 무섭지 않아요
한 어린이가 “선생님, 저는 치과가 무섭지 않아요. 제가 먼저 들어 갈게요!”라며 씩씩하게 나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진료실에 들어가기 무서워 구석에 앉아있던 다른 아이들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치아에 착색제를 발라 양치질을 고루 잘 했는지 확인했습니다. 빨갛게 색이 변한 부분이 제대로 닦이지 않은 부분입니다. 의사선생님과 아이가 함께 거울을 보면서 앞으로는 구석구석 잘 닦기로 약속했습니다. 치석이 많은 어린이는 스켈링을 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불소를 발랐습니다.
한 어린이는 어금니가 심하게 상해 있었습니다. 검진만 받기로 했었지만 치료가 매우 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비는 푸르메재단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음식을 씹기 어려워 영양상태가 안좋아지고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검진을 통해 너무 늦기 전에 치료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씩씩하게 치료받으러 올게요
어린이들은 친구의 행동을 잘 따라합니다. 용감하게 먼저 진료받은 친구들을 따라 차례로 진료의자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무서움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의사선생님을 보기만 해도 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예 입을 벌리지 않거나 치료 기구를 빼앗아 주머니 속에 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 다음에는 꼭 세균이 있나 없나 검사해보자, 알았지?”라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만 연신 끄덕였습니다. 약속에 복사까지 한 후에 푸르메치과를 나서자 다시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과 질환도 예방과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게다가 치과 질환은 한 번 시작되면 진행이 멈추거나 저절로 낫는 일이 거의 없고 평생에 걸쳐 계속 나빠집니다. 특히 지적장애인은 구강건강이 잘 관리되지 못해 심하게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예방과 치료를 위해 노력한다 해도 체계적 관리와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구강검진을 통해 지적장애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은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올바른 칫솔질을 배워 충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어린이들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노력해주신 푸르메치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 고맙습니다.
*글/사진 = 최은희 종로장애인복지관 사회통합팀 사회복지사
푸르메재단과 푸르메치과는 <장애아동 구강건강 증진사업>을 통해 종로구 인근 생활시설을 방문해 중복장애어린이들에게 구강검진, 치아관리 교육, 불소도포, 충치치료를 제공하고 필요시 소액치료비를 함께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