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날개’천사들의 레이스
봄꽃과 싱그러운 새싹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4월 28일, ‘2013 과천마라톤대회’가 열렸습니다. 과천마라톤대회는 과천시민은 물론 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하는 지역축제입니다. 올해는 복지관을 알리고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과천시장애인복지관도 함께했습니다.
마라톤의 출발점인 관문체육공원에는 새벽부터 8천여 명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은 <장애 이해 부스>를 운영하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홍보했습니다.
벽을 허무는 1천 개의 하얀 날개
장애인과 노약자,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경계와 문턱을 없애자는 국제적인 운동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기에는 마음의 벽을 허물면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힘있는 호소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우리 복지관 부스에서는 이 ‘배리어 프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하얀 날개 스티커를 나눠줬습니다.

1천여 명의 마라토너가 이 스티커를 등에 붙이고 코스를 질주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하얀 날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 번째로 결승테이프를 끊은 5km 코스 우승자의 등에도 손잡고 걷는 노부부의 등에도 하얀 날개가 붙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날개를 달고 뛰는 것 만으로 뜻깊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도 나눌 수 있어요, 장애 청년들이 함께하는 방법
우리 복지관 부스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10명의 지적장애 청년들입니다. 손에는 과자가 한가득이었습니다. 복지관 부스를 찾을 마라토너와 지역주민들을 위해 청년들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천사 날개를 등에 붙이고 5km 마라톤에도 참가했습니다.

완주 후에는 직업훈련을 받고 얻은 훈련지원비 중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우리도 나누고 싶다.”며 완주를 축하하는 의미로 기부에 참여하기로 훈련생 자치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훈련생을 지도하는 최현숙 선생님은 “훈련생들이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이 기부금은 과천지역 장애인 의료재활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내 꿈은 계속 됩니다, 최종소 할아버지
가장 반가운 분이 상기된 표정으로 복지관 부스를 찾았습니다. 편마비로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최종소 할아버지(74세)였습니다. 최종소 할아버지가 “나도 달리고 싶습니다.”라며 찾아왔던 것이 불과 한 달 전, 무리가 되지 않을까 모두 만류했습니다. 결의에 찬 눈빛과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날로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하얀 날개를 달고 지금껏 함께 훈련해온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의료재활팀장과 함께 출발선에 섰습니다. 5km를 뛰어 결승점으로 돌아오는 1시간여 동안 모두가 마음을 졸였습니다. 그리고 지쳤지만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돌아오셨을 때, 할아버지 가족과 복지관 식구들, 지켜보고 있던 다른 마라토너들까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봄날, 가슴이 뛴다
‘하얀 날개’ 천사들의 레이스 2013 마라톤대회가 지역의 축제로, 더불어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의 날개짓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만나는 분마다 ‘배리어 프리’를 향해 함께 뛴다는 가슴 벅참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최종소 할아버지, 마라톤 완주의 기쁨을 기부로 함께해준 장애 청년들, 하얀 날개를 달고 함께 뛰어준 1천여 마라토너들, 복지관에서 참여한 장애인들을 향한 시선이 따듯했던 수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 과천마라톤대회는 2009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으며 과천시, 경기일보가 주최하고 과천시생활체육회, 국민생활체육과천시육상연합회가 주관합니다.
*글/사진 = 이지혜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총무기획팀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