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병을 가진 정람, 정빈 형제의 우여곡절 재활치료기


경기도 여주에 사는 정람이(가명, 만 2세)에게 작년 10월, 동생이 생겼습니다. 동생 정빈이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구개열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찾은 정빈이는 수술 전 검사에서 근육병(근디스트로피)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근육병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형 정람이도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아니길 바랐지만 정람이 역시 근육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시작된 정람이의 재활치료


형제가 앓고있는 근육병은 유전적인 이유로 근육섬유가 괴사하거나 퇴행하는 병입니다. 팔과 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져 걷거나 움직이기 점점 힘들어지고 나중에는 못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육이 굳어지는 것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재활치료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 만으로 두 살이 된 정람이는 발달이 지연되어 아직 걷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위축, 관절구축, 척추측만 등 합병증이 예상되어 동생이 구개열 수술을 받는 동안 먼저 재활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형제는 여주에 있는 할머니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형편이 넉넉지 않고 부모님은 오랜기간 이어온 가정불화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 생활을 해야하는 두 형제는 온전히 아빠의 몫입니다. 물류업에 종사하며 받던 월급도 포기하고 두 아들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실 앞에 놓인 정람이, 정빈이, 아빠. 세 남자의 신발이 유독 눈에 띈다.
병실 앞에 놓인 정람이, 정빈이, 아빠. 세 남자의 신발이 유독 눈에 띈다.

계속되는 입원과 퇴원, 홀로 아이를 돌보는 아빠


(왼쪽) 병실 입구에 부착된 정람이-정빈이 형제의 치료 스케줄표 (오른쪽) 병원의 배려로 정람이-정빈이 형제가 이용 중인 보바스기념병원 1인실
(왼쪽) 병실 입구에 부착된 정람이-정빈이 형제의 치료 스케줄표 (오른쪽) 병원의 배려로 정람이-정빈이 형제가 이용 중인 보바스기념병원 1인실

지난 12월 말, 형제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아빠는 어떻게든 형제의 건강을 되찾아주고자 팔을 걷어부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집 근처에서 재활치료를 받을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찾은 곳이 주로 뇌졸중 환자들이 찾는 요양병원이었습니다. 정빈이는 너무 어려서 요양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었지만 정람이만 어른들 틈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언어발달이 느리고 걷지 못하는데다 지적장애까지 있는 정람이에게는 물리, 작업, 인지, 언어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치료비가 문제였습니다. 언어치료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 마련이 막막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푸르메재단의 재활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희망이 보이는 듯 했던 형제의 재활치료에 어려움은 계속됐습니다. 3월 중순, 언어치료사가 병원을 그만두면서 이제 막 시작한 언어치료가 중단된 것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5월 입원 대기자로 등록돼있던 어린이병원에 사정해 입원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이 병원에서 형제가 함께 치료받기를 원했지만 병원 다인실에서는 한 명의 보호자가 두 아이를 돌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형 정람이만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재활병원 소아병동에서는 대개 엄마가 아이를 돌봅니다. 정람이 아빠와 생활하기가 불편하다고 엄마들의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치료받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정람이는 보름만에 또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그곳이 지금 있는 보바스기념병원입니다.


드디어 형제가 함께 시작한 재활치료


정람이가 보바스기념병원에서 마련해준 소아치료실에서 점토를 가지고 소근육 훈련을 하고 있다.
정람이가 보바스기념병원에서 마련해준 소아치료실에서 점토를 가지고 소근육 훈련을 하고 있다.

정람, 정빈 형제의 연이은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병원이 나섰습니다. 보바스기념병원에서는 두 아이가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1인실을 내주고, 두 달 동안 형제가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재활치료비는 푸르메재단의 ‘희망 품은 재활치료비’에서, 병실비는 병원에서 지원해 두 달 가까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4월 초부터 정람이는 물리, 작업, 언어, 인지치료를, 동생 정빈이는 물리, 작업, 연하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2월 초까지 걷지 못했던 정람이는 집중치료 덕분에 이제 무언가를 붙잡고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동생을 많이 예뻐하는 정람이는 동생이 탄 유모차 운전을 전담하며 병원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올 여름에도 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기를


정람이 형제가 앓고 있는 근육병(근디스트로피)은 점점 근육이 위축되고 힘이 약해지는 병입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조기부터 꾸준한 재활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적장애까지 동반된 정람이,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난 정빈이가 아빠 곁에서 밝고 건강하게 커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치료를 마치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동생을 향해 달려가는 정람이. 쭉 지금처럼 마주보며 의지하는 형제이길 바란다.
치료를 마치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동생을 향해 달려가는 정람이. 쭉 지금처럼 마주보며 의지하는 형제이길 바란다.

보바스기념병원 구순화 사회복지사는 “주위엔 도움 줄 사람도 없고 가정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안타깝다.”며 “우리 병원의 입원 지원은 6월 초 까지만 가능한데, 정빈이는 8월에 2차 구순열 수술도 해야해 걱정이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체계적인 치료를 위해 소아용 훈련 기구를 구입하는 등 병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다가올 여름이 걱정입니다.










   


두 아이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집 근처엔 어린 형제가 함께 치료 받을 병원이 없습니다. 형제가 이곳에서 남은 한 달 남짓 재활치료를 받은 후에 또 다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합니다.


유난히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5월입니다. 눈망울이 큰 정람이가 밝게 웃으며 치료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내년 어린이날 즈음에는 형제가 걸어서 봄나들이를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김수민 나눔사업팀 간사 / 사진=이예경 홍보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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