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볕은 유난히 더 따뜻한 것 같습니다

햇살 좋은 3월의 어느날. 아침부터 부푼 가슴으로 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저소득장애인치과치료비지원사업>의 1분기 대상자로 선정되어 첫 진료를 받는 날. 분명히 병원으로 향하는 것임에도 준수씨(가명)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준수씨에게 새로운 직장이 생겼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되는 정부 양곡을 각 가정으로 배송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장애로 인해 직장을 찾기 어려웠지만 자활센터를 통해 정부양곡배송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벌게 되니 당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택배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배달을 할 때마다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차츰 자활 공동체 창업이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준수씨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다가왔습니다.


정부양곡배송사업‘희망나르미’ 사업안내 카툰 中
정부양곡배송사업‘희망나르미’ 사업안내 카툰 中

‘왠지 내 입 속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데 예전부터 안 좋은 치아 상태로 인한 치통과 구취는 배달지에서 그를 더욱 움츠리게 합니다. 귀한 양식이 될 양곡을 어려운 분들께 전하며 미소도 함께 전하고 싶지만 차마 환하게 웃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얼마 전에는 치통을 참을 수 없어 인근 치과에 방문했지만 300만원이 넘게 나온 예상치료비를 듣고 나서는 다음 예약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른쪽 어금니가 없어서 제대로 된 저작활동이 불가능했던 준수씨의 치아상태
오른쪽 어금니가 없어서 제대로 된 저작활동이 불가능했던 준수씨의 치아상태

준수씨 가정의 자활의 꿈, 푸르메재단이 돕겠습니다.


지난 3월 이른 아침, 치과 의료진과 사회복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푸르메재단 장애인치과치료분과의 배분위원이 모여 오랜 시간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1분기 지원대상자 5명이 선정되었습니다.

대상자의 장애․경제상황 뿐이 아닌 사회활동 상황과 치과치료의 시급성 등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심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지원이 필요하지 않는 분이 없었기에 신청하신 모두를 지원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원이 결정된 대상자들은 순차적으로 장애인전용치과인 푸르메치과를 방문해 개인별 치료계획을 세웠고 치료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3~6개월 정도 진행될 치료가 끝나고 나면 어떤 이는 더 이상 입을 가리고 웃지 않아도 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더 이상 죽이 아닌 일반적인 밥과 국으로 이루어진 식사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중 일반적인 치과치료가 아닌 전신마취를 통한 치료가 필요한 분은 권역별 장애인치과로 연계되었고 그곳에서 치료가 지속될 예정입니다.


치아 엑스레이사진을 보며 치료의 시급성에 대해 심사 중인 배분위원
치아 엑스레이사진을 보며 치료의 시급성에 대해 심사 중인 배분위원

아직 치과치료는 시작도 안했지만 벌써 ‘이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듯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 왔습니다. 올해 봄은 왠지 더 따뜻한 것 같습니다.


함께 힘을 보태주신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글= 박세나 나눔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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