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옥상달빛 캠프
꿈은 이루어질까요?
그런 꿈이 있습니다. 작은 집일지언정 옥상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꿈. 답답할 때, 옥상에 올라가 위안을 얻고 싶다는 꿈. 작은 평상 하나 올려놓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싶다는 꿈. 도시에서 떠다니는 불빛을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다는 꿈.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바베큐 파티를 열고, 끝도 없는 수다를 이어가고 싶다는 꿈. 옥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많은 것을 꿈꾸게 합니다. 그런 옥상을 하나 갖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래위로 촘촘하게 연결된 고층 아파트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살고 있지만, 마음 쉴 곳 하나 없는 생활입니다. 아랫집, 윗집, 옆집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지만, 이웃과 대화 한 번 나누기 어려운 생활입니다. 이럴 때, 옥상 하나만 있으면 바람과 대화가 오가는 사랑방으로 쓸 텐데 말이죠. 어디까지나 제 꿈입니다. ^^
꿈꾸고 있으면, 즐거운 기회가 찾아와요
지난 여름 푸르메재활센터 개원식에 다녀온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옥상이었습니다. 인왕산을 바라보고, 청와대를 굽어볼 수 있는 그런 곳. 잘 정돈된 잔디와 주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죠. 아, 나중에 옥상에서 바베큐파티라도 열고 후원자들을 초대하는 행사 같은 게 열리면 좋겠다는 상상도 했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푸르메재단에서 간사로 있는 지인과 즐거운 만남을 갖던 중 "우리 옥상에서 캠핑 한 번 해요."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사실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좋아요. 제가 추진해볼게요."라는 지인의 대답과 함께 일사천리 진행되었죠. 푸르메재단을 후원하고 있는 지인 몇몇을 모아, 일정을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캠핑을 자주 다녀본 윤용찬 후원자님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준비되었죠.
드디어, 옥상 캠프의 막이 열렸습니다
지난달27일 드디어 옥상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보대로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하늘은 무심하기도 하시지. 하지만 내리는 비 따위로 꿈을 포기할 수 없죠. 우중 캠프가 줄 즐거움도 있을 테니까요. 아이들은 마냥 들떠 있었습니다.
텐트에서 자보는 것도 처음이고, 낯익은 곳에서 캠핑을 한다니 흥분되었나 봅니다. 푸르메재활센터를 '3천 명의 기적'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큰아이는 "3천 명의 기적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네요."라며 즐거워했죠. 강당으로 집합해 배드민턴부터 시작했습니다.
잠시 몸을 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통인시장'에서 먹거리를 준비하기로 했고, 남자들은 텐트를 치기로 했죠. 푸르메재단에서 통인시장까지는 도보로 5분 정도 걸립니다. 가는 길도 정겨웠지만, 통인시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오뎅, 떡, 만두. 음식을 보자 출출했던지, 자꾸 걸음을 멈추더군요. 군것질도 하고, 저녁에 먹을 귤, 고기, 고구마 등을 사며 장 보는 재미도 경험했답니다.
비바람과 함께한 옥상 캠프
비는 잦아들고 있었고, 장을 보고 옥상으로 돌아와 보니 예쁘고 거대한 텐트가 등장했더군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묻지도 않고 텐트 속으로 쏙 들어가서 놀더라구요. 천으로 만든 큰 집이 신기하기만 했나 봅니다. 우리 집 남매는 텐트에 들어가는 건 처음인 터라 무척 좋아했습니다. 텐트는 아지트로 삼았고, 옥상은 운동장으로 생각했죠. 앞뒤 막힌 곳이 없는 푸르메재활센터의 옥상은 아이들에게는 도시 속에 자연이며 놀이터였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밤이 찾아왔는데요. 날씨는 우리를 질투하는 것 같았습니다. 텐트 안 공간이 넓어, 밥을 짓고, 고등어김치찜을 하며 바베큐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비가 쏟아지는지 결국, 옥상 처마 밑으로 대피해야 했어요. 비가 너무 내리니, 텐트를 열어둘 수 없어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아쉽지만 처마 밑으로 식사 장소를 옮겼습니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처마 밑의 운치가 제법인 거에요. 가까이에 텐트는 가스등을 달고 예쁘게 서 있고, 빗소리는 낭만적이고, 음식은 맛있고. 비바람이 함께했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 찾아왔습니다.
옥상 위에 빛나는 섬
깜깜한 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야기는 오갔고, 숯은 빨갛게 타올랐죠. 꺼지지 않는 숯처럼,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옥상 위에 있으니, 작은 섬에 갇힌 기분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섬이죠. 작은 집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은 하늘을 스케치북 삼았고, 바람을 친구 삼아 뛰어놀았습니다. 고집부리고, 짜증부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자기들끼리 어울려 놀았습니다. 제가 꿈꾸던 게 이런 것이었습니다. 옥상 위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비바람도 감사하게 여기는 것. 사람들 마음속에 빛 하나씩 간직하듯, 우리는 푸르메재활센터 옥상에서 반짝이는 우리만의 빛을 즐겼습니다. 별도 달도 빛나지 않았지만, 그 공간, 그 시간이 빛나고 있었답니다.
비 온 뒤, 해는 뜨고!
비가 언제 내렸느냐는 듯, 아침이 되니 해가 쨍쨍! 참 얄미운 날씨였지만, 즐거운 추억을 선물했기에. ^^ 지난밤, 비바람에 버티지 못할 것을 대비해 큰 텐트를 제외한 작은 텐트들은 강당에 옮겨졌습니다. 강당에 텐트를 치자 아이들은 침낭으로 쏙 들어가더니 곯아떨어지고 말았죠. 옥상 위에 텐트를 이용한 사람들은 빗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인왕산에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기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내리쬐는 햇살도 좋지만, 시원한 바람도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은 뒤 낙하산을 만들어 날리며, 깨알같이 캠핑을 즐겼죠. 옥상 공간 곳곳을 활용했답니다.
꿈꾸는 옥상
제겐 꿈꾸는 옥상이 하나 필요합니다. 옥상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도 나누고, 혼자만의 고독도 즐기고 싶습니다. 길가를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관찰해보고, 날아가는 새에게 인사도 할 수 있는 그런 옥상. 아이들이 평상에 앉아 숙제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앉아 장난감도 가지고 노는 그런 옥상 말입니다.
푸르메재활센터의 옥상에서 캠핑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꿈꾸었습니다. 아이들과 재활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함께 캠핑을 할 수 있었으면, 날씨 좋은 날 작은 음악회를 열었으면, 후원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혼자만의 꿈이지만,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붙여봅니다. 푸르메재활센터의 옥상은 '꿈꾸는 옥상'이라고 말입니다.
즐거운 꿈을 꿀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신 푸르메재단 측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행복했고, 어른들도 행복했습니다. 도시는 복잡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평화로웠고 한적했으며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공간을 가진 푸르메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런 공간에서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죠.
옥상달빛캠프, 모두들 꿈꿔보세요!
*글/사진=전진 푸르메재단 기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