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의집을 찾은 ‘작은’미소원정대

가을바람이 선선하던 10월의 어느 날 ‘작은’ 미소원정대를 떠났다. 원래 미소원정대라하면 치과의사, 치위생사, 일반봉사자, 그리고 각종 치과기구와 장비가 함께 찾아가는 치과치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은’ 미소원정대이다. 푸르메재단 박세나 간사님과 푸르메나눔치과 김경선치위생사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만 오붓하게 다녀왔기 때문이다.


푸르메재단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종로 라파엘의집. 중증, 중복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낮동안 생활하는 이곳은 조용한 주택가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구강상태가 많이 안좋으면 어쩌나...... 협조가 안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들어섰다. 휠체어에 앉아서 아니면 침대에 누워서 발을 흔들거나 웃음을 띄거나 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안녕, 친구들. 반가워요."


아이들의 구강상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던 라파엘의 집 선생님들
아이들의 구강상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던 라파엘의 집 선생님들

양치를 시켜줄 칫솔과 간단한 기구를 준비하고 한명씩 검사를 했다. 어떤 아이는 휠체어에 앉혀서 어떤 아이는 무릎에 눕혀서 또 어떤 아이는 담당 선생님들과 여럿이 붙잡고 검사를 했다. 이를 닦아주고 충치가 있나 검사도 하고 불소도포까지 해주는 것이 오늘의 할일이다.  혹시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있다면 푸르메재단치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주는 것 까지가 나의 임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로 입을 헹굴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강상태는 양호했다. 충치가 하나도 없는 아이가 많았다. 선생님들께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알려주고 양치시키는 요령도 알려줬다. 입을 안 벌리려고 힘을 쓰는 아이, 소리를 지르는 아이, 억지눈물을 흘리는 아이 그것을 보며 웃는 아이 모두가 한바탕 난리를 치르며 진료를 했다.


새 칫솔로 이를 닦고 충치를 예방하는 불소를 바르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확인하며 금새 두어시간이 흘렀다. 치료가 필요한 세 아이들은 진료를 받을수 있도록 재단에서 돕기로 했다. 아이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작별인사를 하고 선생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일어났다. 비록 작은 미소원정대였지만 세 명의 원정대는 오늘도 행복했다.


라파엘의집 대문을 나서며 마당에 내리쬔 노을이 눈부시다. 마치 이곳 아이들의 미소처럼 내 마음을 따듯하게 물들인다. 오늘도 고마운 선물을 받고 가는구나. 라파엘의집 천사들아 고마워!


시각 중복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라파엘의 집(左), 장애아동을 자신의 무릎에 누이고 불소도포 중인 주소나 선생님
시각 중복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라파엘의 집(左), 장애아동을 자신의 무릎에 누이고 불소도포 중인 주소나 선생님


라파엘의집 선생님들께.


비슷한 장애를 가진 다른 아이들에 비해 깨끗한 구강상태를 보며 속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물로 입조차 헹궈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지? 라고 생각하며 양치를 시키고 검사를 하며 느꼈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세심한지를요. 입을 못 벌리는 친구를 위해 개구기를 직접 구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진료시설이나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얼마나 예방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선생님들의 노력과 관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의 이 닦는 방법을 보고 듣고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 그덕에 라파엘의집 천사들이 밥 잘먹고 더욱 씩씩해질거라 믿습니다. 천사들의 구강지킴이 선생님들의 모습에 오늘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푸르메재단 치과진료 봉사단 ‘미소원정대’가 지난 10월 17일 찾아간 라파엘의집은 종로구 체부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각 중복 중증 장애를 가진 2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보금자리입니다.




글쓴이 주소나 선생님은 2010년부터 푸르메재단의 후원자이자 미소원정대로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평소에는 치위생사로, 최근에는 <여행을 떠나는 서른한가지 핑계,Book in 刊>를 출간한 멋진 여행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글=주소나 미소원정대원(치위생사) / 사진=박세나 나눔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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