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적이 모인 푸르메재활센터

2004년 종로 1가 옥토버훼스트 지하사무실. 백경학 상임이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책상 두개로 푸르메재단을 시작한 곳입니다. 푸르메재단은 이듬해인 200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재단설립허가를 받으면서 종로구 청운동에 터전을 잡았습니다.


어느 날 오후 장애인 한 사람이 재단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가 아파요. 장애인치과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재활병원을 세워 장애환자들이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받아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절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인근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을 대상으로 가장 절실한 치료와 문제가 무엇인지 조사를 했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
 푸르메재활센터

결과는 사무실을 찾은 장애인의 요구처럼 ‘음식물을 마음껏 씹을 수 있게 아픈 이를 치료받았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60%를 넘었습니다. 치아관리가 쉽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비싼 치료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치과가 건물 2,3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고 무엇보다 장애인하면 돈 없고 갑작스런 의료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진료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땅을 기부해주신 이재식 님 부부
땅을 기부해주신 이재식 님 부부

때마침 장애인 진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장경수 전 서울대 치대교수를 만나 협의한 결과 의사와 시민이 자원봉사형태로 참여하는 민간 최초의 장애인 전용 푸르메나눔치과를 2007년 7월 개원했습니다. 기공소와 재료회사로부터 싼값으로 물품을 공급받고 자원봉사의사의 진료를 통해 그 혜택을 장애환자들에게 주게 됐습니다. 이와함께 장애어린이들에게 무료 진료활동을 펼쳤던 허영진 삼정한의원 원장과 함께 가난한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한방어린이치료실을 같은 해 9월 오픈했습니다.


푸르메나눔치과 진료 모습
푸르메나눔치과 진료 모습

한방어린이치료실에는 고열과 경기 등으로 성장이 지연되고 시각이나 청각 기능이 약화된 어린이들과 다운증후군 어린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2007년 개원이후 푸르메치과는 2012년 6월까지 하루 평균 20명, 총 3496명의 환자(1만7305건 진료)를 진료하면서 18억 3400만원을 저소득 장애인의 치료비로 지원했습니다. 한방어린이치료실에서는 117명의 어린이(평균 1년)에게 37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장애인치과와 한방치료실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도권은 물론 멀리 창원과 목포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치과는 평균 3개월, 어린이한방치료는 1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푸르메재단은 이런 불편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활센터의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기부로 병원을 세우는 제3섹터방식의 병원건립모델을 세우고 모금활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푸르메재활센터의 초석을 놓아준 기부자들
 푸르메재활센터의 초석을 놓아준 기부자들

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에서 2곳이 운영되다가 낮은 의료수가와 적자로 인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병원을 푸르메재단에서 건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습니다. 노후에 쓰시려고 사두신 땅을 기부해 주신 이재식 선생님 부부, 출판된 책의 첫 인세를 기부해주신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을 비롯해 급여의 10%를 꼬박꼬박 보내시는 조무제 전대법관, 장애어린이를 위해 기금을 쾌척해주신 손길승 SK명예회장과 부인 박연신 여사,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비의 일부를 매달기부해준 장애인수급자, 초등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3000명이 되는 시민들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미국 유학 고교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쿼드디멘전스 이철재 사장은 10억 원을 쾌척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넥슨 김정주 사장과 부인 유정연 감사는 푸르메재활센터의 건립기금으로 역시 10억 원을 내놓았습니다. 넥슨은 이뿐만 아니라 새로 지어진 푸르메재활센터안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내부 구성을 위한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발벗고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신영증권에서 1억원을 마중물로 기부해주자 이어서 KB금융그룹과 신한은행, SK텔레콤에서 각각 10억원이 넘는 기금을 기탁해 주셨습니다. 삼화모터스와 e토마토증권방송, 루이비통코리아 등 중견기업들도 잇따랐습니다.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의 2012년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신경숙 선생님도 상금을 흔쾌히 기부했습니다.


이철재 기부자의 기금 전달식(아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철재 기부자의 기금 전달식(아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재활센터 건립비가 시민의 기부와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으로 조성된 것은 우리 사회 기부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입니다. 푸르메재활센터에는 재활의원과 치과, 한의원, 어린이재활센터,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하루 300명 등 연간 7만 5천여 명의 장애인 및 시민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곳에서는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전시, 공연, 각종 행사 등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벽을 허물고 함께 어울려 사는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의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3000명이 만든 기적, 그 기적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글=푸르메재단 웹진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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