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모양이 아니라 쓰임새

충북 제천소재의 이철수화백 작업실 전경
충북 제천소재의 이철수화백 작업실 전경

“더워도 너무 더워”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던 지난 8월 13일, 충북 제천의 한 시골마을로 향했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 오픈기념으로 진행될 “이철수 판화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평소에 장애인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던 이철수 화백과의 즐거운 이야기도 내심 기대됐습니다.


마당 한켠 연못에 심어진 연꽃과 연밥
마당 한켠 연못에 심어진 연꽃과 연밥

아름다운 산들이 하늘을 이고 있는 마을의 좁은 길을 지나 이철수 화백의 집이 보였습니다. 문밖까지 나와 뙤약볕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이 화백의 모습을 보니 죄송하기도 하고 유난히 반가웠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너른 마당과 잘 정돈된 잔디밭, 그리고 한켠에 마련된 작은 연못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연밥을 따서 건네는 인심좋은 사모님의 모습또한 빌딩 가득한 세상을 잠시 잊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옥수수, 우렁이 그리고 목판화가


“먼길 왔는데 시장하지 않아요? 옥수수가 정말 맛있는데 삶아 줄까?”

“정말요? 사모님이 삶아주시는 옥수수는 유명하던데요?”

“그럼 집사람이랑 같이 가서 맘에 드는 옥수수를 따와요.”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찾아온 객의 배를 걱정하시는 마음을 보며, 우리가 가져갔던 세상의 이야기들은 뒤로하고 옥수수밭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우렁이 농법을 통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이철수 화백의 논이 가는 길 내내 펼쳐져 있었고 그 속에는 우렁이들이 열심히 잡초와 해충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유기농 우렁이농법으로 경작되고 있는 이철수 화백의 논과 이 화백의 텃밭에서 딴 찰옥수수
유기농 우렁이농법으로 경작되고 있는 이철수 화백의 논과 이 화백의 텃밭에서 딴 찰옥수수

이내 도착한 옥수수 밭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 욕심 없는 두 부부의 모습 같았습니다. 다른 모든 채소며 과일들도 먹고 나눌 만큼만 재배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옥수수 밭에서 먹을 만큼만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나왔습니다. 옥수수는 삶기 전인데도 맛있어 보였고 소금만 넣고 가마솥에서 삶아지는 옥수수를 보니 점심을 먹은지 서너시간 지난 저의 입에는 군침이 고였습니다.


나무를 깎아 전하는 위로


맛있는 옥수수를 나누며 들어선 이 화백의 작업실은 소박하지만 애정과 열정이 엿보였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 개원을 기념하여 진행하게될 ‘이철수 판화전’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넌지시 장애인과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한다고... 나보다 푸르메재단이 더 잘 알지 않아요?” 라며 반문하던 이 화백은 이내


판화 한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판화의 제목은 “온전한 그릇”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철수화백의 “온전한 그릇(목판화, 24×59)”
이철수화백의 “온전한 그릇(목판화, 24×59)”

오래전부터 집 한 귀퉁이에 어디서 온지 모르는 일그러진 그릇이 있었는데 한번은 사모님이 꽃가지를 꺾어와 꽂아 놓으니 꽃이 피고 제 모습을 찾은 듯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그대로 판화로 담았고 그 작품이 “온전한 그릇”이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작품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허리가 꺽여 못쓴다는 그릇에 물을 넣어 가지친 꽃가지 넣어 두었더니 문득 오늘 꽃이 피었다 이지러진데없이 예쁘구나. 온전하구나” 장애인도 그 모습 그대로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이화백의 말이 마음 깊이 새겨졌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이 작품을 꼭 포함시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어요.”


“기쁜날” 그리고 의미가 담긴 멋진 “작품전시회”


많은 책과 작품으로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이철수 화백
많은 책과 작품으로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이철수 화백

이철수 화백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 화백이 평소 많은 시민단체를 통해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사회적 문제나 민주화의 이야기들을 주 소재로 삼았던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이번 푸르메재활센터 오픈 기념 전시회에서는  ‘마음이 뭉클한 사랑, 희망, 나눔, 기쁨’ 등의 주제가 있는 특별히 엄선된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작품을 고르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이번 전시회는 좀더 특별한 만큼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에게는 사랑과 희망을 주고 비장애인에게는 나눔의 의미와 기쁨을 줄 것인지를 더 깊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진심이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것을 잊게 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만남이었습니다. 누구나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있는 전시회에서 이철수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담당자로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 준비해서 이화백의 마음과 푸르메재단의 비젼을 잘 담는 전시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대문 밖까지 배웅하는 이 화백 부부의 모습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풍경 속의 하늘은 구름과 어우러져 이 화백의 작품속 세상처럼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글=한상규 온라인사업팀장 / 사진=이예경 기획홍보팀 간사


    푸르메재활센터 “이철수판화전” 



 


 





l 일 시 : 2012. 8. 29(수) ~ 9. 4(화)           

l 장 소 :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4층 푸르메홀           

l 작 품 : 판화 27점, 나뭇잎엽서 39점           

l 전시/구입문의 : 02-720-7002 . 온라인사업팀 한상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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