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우르르쾅쾅. 늦은 저녁부터 하늘을 가를 듯 울리는 천둥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바로 내일인데… 비가 오면 어쩌지? 오랜만의 나들이를 망친 아이들이 실망할 생각에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제발. 내일은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소풍 전날은 언제나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되나봅니다. 간절한 바람대로 햇살이 반짝 비치고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28일, 석가탄신일이자 장애가족 문화지원프로그램 <따로, 또 같이>의 날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뉴스토마토의 지원으로 장애어린이와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님을 위해 3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애어린이에게는 재활치료로 힘겹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쯤 어린이답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부모님께는 양육의 부담을 하루 쯤 잊어버리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입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할 50명의 부모님과 어린이 24명, 그리고 어린이들의 나들이를 함께해줄 26명의 봉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두근두근 첫 만남


“처녀 때 이후 처음으로 찾는 세종문화회관이네요. 덕분에 옷장 속에서 예쁜 옷 찾아 입었어요.” 오랜만에 한껏 멋을 내고 한 옥타브쯤 목소리가 올라간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재활치료 때 뵙던 모습과는 왠지 다른 느낌입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지루한 재활병원 밖 외출에 신이 난 듯 즐거운 모습입니다. 휴일을 반납하고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에 손들고 찾아와준 자원봉사자들도 준비완료. 하루 동안 짝꿍이 될 어린이와 첫 인사를 나눴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손에 손잡고 설레는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처음 만나 아직은 서먹서먹하지만 얼굴 가득 아름다운 미소가 닮은 오늘의 커플들,

“즐거운 시간 만들어요~”




느리게, 즐겁게 함께 걷는 길!













손을 잡고, 업고, 안고 함께 걷는 자원봉사자와 어린이들.

느리지만 즐거운 발걸음으로 함께걸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경복궁 돌담길, 청와대 사랑채까지 이어진 산책길. 소나기가 그친 산책길에는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때 이른 무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보통의 내 걸음보다 훨씬 느리게 장애어린이들의 속도에 맞춰 걷다 보니 옆길에 곱게 심겨진 꽃도 보이고 친구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게 됩니다.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노래도 함께 부르며 걷다 보니 한결 친해진 기분입니다.













(왼쪽)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것처럼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곳에 앉아서 찰칵!

(오른쪽) 자원봉사자 언니 오빠가 알려주는 옛날 서울 이야기, 참 신기해요!




드디어 도착한 청와대 사랑채. 역대대통령의 발자취와 서울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자원봉사언니, 오빠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상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보기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처럼 걷는 나들이길이다 보니 예린이가 지쳤나 봅니다. 투정부리는 아이를 힘껏 업고 좋아하는 꽃구경시켜주러 출입금지 구역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김재민 봉사자를 차마 막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잃지 않고 아이에게 꽃 설명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짝꿍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어린이 짝꿍은 밝은 미소로 답하는 모습이 참 따듯했습니다.


즐거운 나들이를 마치고 재단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된 저녁식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배고프고 지쳤을 텐데 아이들의 식사를 먼저 챙기는 봉사자들. 그리고 소박한 밥상이지만 입 안 가득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자식이 밥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시다던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안녕, 다음에 꼭 또 만나


















짝꿍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부모님의 공연 관람이 끝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연의 여운도 잠시, 우리 아이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계신 부모님들께 아이들을 인계하는 것으로 오늘의 나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5시간 전에는 분명 낯가리며 어색해하던 아이가 어느새 헤어지기 아쉽다며 봉사자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서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 아쉬움이 한가득입니다. “다음에 또 만나서 놀러 가자~” 새끼손가락 걸며 거듭 약속하는 봉사자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선생님~ 우리만 이렇게 좋은 공연 봐서 미안해서 어떡해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큰 딸과 오랜만에 두 손 꼭 잡고 데이트 하셨다는 어머니. 장애가 있는 동생이 생긴 후, 엄마가 동생만 돌보는 것 같아 섭섭하고 외로워했던 큰 딸과, 그런 딸에게 미안했던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보듬어졌나봅니다. 꼭 잡은 두 손을 보니 뿌듯함과 안도감이 밀려듭니다.




오늘 어머니들과 장애어린이들은 따로 따로, 하지만 같은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이 추억이 얼마 동안은 힘든 재활치료의 시간들을 견디게 해줄 귀중한 치료약이 되어주겠지요? 오늘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내년엔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보기로 약속하면서 부모님과 어린이들의 뒷모습이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안녕, 다음에 꼭 또 만나. 건강한 모습으로!”



어머니들과 아이들의 신나는 또 다른 하루를 위하여 애써주신 뉴스토마토와 자원봉사활동으로 힘을 더해주신

이미선,홍인아,장시아,이모니카,정은지,임태경,고현호,김은수,김민호,김민혁,박재민,김성열,박미현,정재혁,이서희,서준희,김재민,유단비,김승의,김유정,주희은,임연지님께 감사드립니다.



*글=박세나 후원사업팀 간사 / 사진=김수민 기획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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