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구지원사업 후기] 새로운 두 발을 얻은 수빈이 이야기
새로운 두 발을 얻은 수빈이 이야기
- 장애아동용 유모차를 지원받은 어머니의 편지 –
장애어린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글은 지난 24일 있었던 ‘2011 장애어린이청소년 보조기구 지원사업’ 전달식에 참석해서 소감을 말씀해주신 수빈이 어머니의 감사의 글 전체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유모차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된 박수빈의 엄마입니다. 먼저 이런 뜻깊은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신 푸르메 재단과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수빈이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49개월된 여자아이입니다. 26주에 970g이라는 정말 작은 아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산소호흡기와 여러 기계들에 의존해 참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씩씩하게 이겨내준 정말 기특하고 소중한 아이입니다.
그 작고 갸냘프던 아이가 어느덧 5살에 몸무게가 14kg나 되는 꼬마숙녀가 되었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건강하게 잘 컸다며 이제 퇴원해서 집에만 가면 된다던 신생아실 의사로부터 내려진 갑작스런 뇌성마비 진단에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선택하게 된 뇌줄기 세포 이식 수술.. 또 그 수술에 의해 잃게 된 시력까지.. 수빈이는 신생아실에서 퇴원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부터 지금까지 재활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데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혼자서는 앉거나 먹는 것도 되지 않는 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에게 들어가는 치료비에 교육비가 감당이 되질 않네요. 정부에서 해주는 복지혜택은 아이 아빠가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제한되는 것이 너무 많고요. 제가 일을 하게 되면 그나마 받고 있던 얼마 안 되는 의료비 지원마저 받을 수가 없게 된다고 하네요. 이런 현실 앞에 남들은 고가의 치료기구를 사서 집에서 두고 운동을 시켜줬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무엇을 해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아이이지만 너무 고가인지라 엄두도 못 내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유모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유모차를 옷과 신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옷이 아무리 이쁘고 비싸다 하더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하고 신발 또한 아무리 좋은 제품에 신발일지라도 내발에 맞지 않으면 아파서 한 발짝도 걷지 못하듯이 유모차 또한 등받이가 좋지 않으면 저희 아이들은 장기간 이용 시 척추손상으로 이어지고 바퀴가 좋지 않을 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시중 제품들은 저희 아이가 타기엔 발판이 낮은데요. 그러다보니 바퀴에 아이의 발이 끼는 경우가 다반사네요. 신경 써서 끌고 다닌다고 앞바퀴를 들고도 다녀보고 했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발이 끼어서 살갗이 벗겨지고 상처나고. 이런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이더러 일어나서 걸어가라는 둥 엄마가 아이생각을 안한다는 둥 가슴 아픈 소리들을 하세요. 그러다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이 망설여 지더라구요.
그런데 이번 유모차 지원 덕분에 이제 마음 놓고 바깥 외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에 있던 유모차는 휴대용이라 아이에게 맞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후원 받은 유모차는 저희 아이들을 위해 특수 제작이 되어 등받이 부분도 아이가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고 또한 여러 각도로 조절이 되어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을 경우 눕힐 수 있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높이도 높아서 제 키가 작은 키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유모차들이 낮아서 아이를 태우고 내릴 때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갔었거든요. 핸들링도 아주 좋아서 손목에 무리도 많이 가지 않고 무엇보다 이제 바퀴에 발이 끼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네요.
그런데 조금 흠이 있다면 많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을 어머니가 데리고 치료를 다니시는데 여자 혼자서 접었다 폈다 차에 실었다 내렸다 하기가 좀 버겁네요. 그리고 부피가 좀 크다보니 가스차인 승용차 트렁크엔 어지간해서 들어가질 않네요. 그 두 가지 단점만 뺀다면 정말 너무 너무 좋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많은 경험과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바깥 외출을 자주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새로운 두 발이 생겼으니 수빈이에게 많은 곳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게 열심히 뛰어 보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혜택을 받을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분들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길 희망하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