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서울 성곽여행
지난 토요일 푸르메재단이 주최한 서울 성곽을 걷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올 한해동안 푸르메재단을 사랑해주셨던 후원자님들을 모시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걸으며 후원에 감사드리는 취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약속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다가오자 한성대역 3번 출구에는 울긋불긋 단풍잎을 처음 곱게 등산복을 입은 반가운 분들이 하나둘 모이셨습니다. 진행은 서울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성곽 해설사로 활동하고 계신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성남 문화국장께서 맡아주셨습니다.
9시 45분 드디어 혜화문으로 출발. 600년 도읍지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진 사연과 서울성곽의 4개 대문과 4개 소문이 건립된 배경을 설명할 때마다 참가자들로부터 감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성북동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서울 성곽은 아쉽게도 때로는 고등학교 담장으로, 때로는 빌라 축대로 변해서 우리문화재 보호에 대한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문화재를 돌보지 못하는 사이, 수많은 성곽 돌들이 뽑혀져 집짓는데 사용됐다고 합니다. 현재도 수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성곽터가 사용되고 있어 성곽을 복원하는 문제가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성곽 걷기행사는 힘차게 계속됐습니다. 행사날 아침 갑자기 내린 첫눈이 녹은 뒤 다시 얼어붙어 미끄러웠지만 일행은 조심스럽게 북악산의 옛이름인 백악산을 향해 쉼없는 전진을 계속했습니다.
성북동 와룡공원을 넘어서자 좀 늦었지만 붉은 단풍과 함께 깊어가는 늦가을 정취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성북동 언덕위로 온전한 형태를 갖춘 서울 성곽이 나타나자 이성남 국장은 신이 나서 성곽 기단면의 명칭과 용도, 그리고 성곽의 건립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성곽뒤로는 성북동 달동네와 고급주택이 함께 보였습니다.
한성대역을 출발한 지 1시간 15분이 지나자 일망무애(一望無涯). 한 점 거칠 것도 없이 서울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말바위의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말바위에서 바라본 백악산(북악산) 풍경. 백악산 허리를 잇는 성곽 중간에 도읍지 한양으로 유입되는 음기를 통하게 했다는 작은 문도 보입니다.
아쉽게도 이날 아침 내린 눈으로 백악산으로 통하는 성곽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섭섭한 마음으로 다시 발길을 되돌려 말바위로 내려왔습니다.
찰칵!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백악산 성곽을 통해 숙정문으로 내려오는 일정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모두 삼청공원쪽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삼청공원에서 간식시간. 배낭속에는 바리바리 준비해오신 커피와 과일이 넘쳐났습니다. 특히 오산택 후원자께서는 참가자 모두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달걀을 삶아오셔서 환영을 받았습니다.
삼청동, 팔판동, 청와대 춘추관과 분수대를 거쳐 참가자들은 효자동 네거리에 있는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푸르메재단이 내년봄 착공을 준비하고 재활센터의 현황과 지난 3년동안 60여명의 어린이를 치료해온 어린이재활센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행복한 식사시간.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통인시장내 감자탕집에서 서울성곽걷기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식당 역시 수익금의 일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는 착한 가게입니다.
참 좋은 후원자님과 함께 아름다운 성곽길을 걸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참가해주신 오산택 지엘해운 대표, 남기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송우현 재활의학과 박사, 선미라 변호사, 양석표 이사, 곽재복 서울장애인복지관 기획실장, 이원섭 IMC컨설팅 대표, 서연희 후원자님, 하정하님, 푸르메치과 봉사자 오길순 여사, 해설을 맡아주신 이성남 국장 등 참가자 25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년 봄에는 더 재미있고 행복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습니다.
* 글= 김동경 모금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