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맞춤형보조기구 전달식
준우의 꿈처럼 누군가에게 ‘일상’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기도 합니다. 은혁이 할머니처럼 아이의 성장이 ‘기쁨’ 인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장애가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과 부모들의 기쁨을 막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푸르메재단은 증권전문가 이종복 후원자가 조성한 보조기구지원기금 1억5천만 원을 토대로 지난 6개월간 132명의 신청자 가운데 32명을 선정, 개인의 장애상태에 따른 맞춤형 보조기구를 지원했습니다.
모든 지원이 마무리 된 20일 오전, 푸르메재단 2층 강당에서 장애어린이와 부모, 이종복 후원자, 강지원 대표, 국립재활원 김종배 박사, 보조기구 제작업체 (주)이지무브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달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는 “어려운 살림살이에 아이들까지 예쁘게 키워온 어머니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희망을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조기구 전문가로 푸르메재단 배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종배 박사는 “장애인에게 있어서 보조기구는 일상생활, 나아가 사회적 자립에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면서 “특별히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작은 배려가 담긴 보조기구 하나가 장애인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다”고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이종복 기부자 역시 장애어린이들과 직접 만나보며 “아이들이 희망을 갖게 되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니만큼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동용 유모차와 목욕용 의자를 지원받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여섯 살 소정이 어머니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혼자 힘으로는 데리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며 "아이의 장애 상태에 꼭 맞는 보조기구를 받게 돼서 새로운 힘이 난다"고 울먹였습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다던 준우의 꿈도 이루어졌습니다. 준우의자전거에는 준우의 몸을 바르게 지탱해줄 수 있는 보조기구가 달려있어서 덕분에 준우의 패달은 느리지만 힘차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는 휠체어와 친구들과 같은 눈높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립기도 생겼습니다. 의사소통기구로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고, 변형된 아이의 몸을 바르게 지탱해 줄 의자에 앉아 특수마우스를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다양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도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꿈을 이루는 세상을 선물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과 현실적인 한계점도 많았습니다.
첫 번째는 극히 적은 인원만을 지원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보조기구 대부분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총 예산 1억이 적지 않은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신청자 중 약 25%인 34명밖에 지원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현재 국가차원의 보조기구지원사업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민간 지원사업에 신청자가 몰리는 이유는 정부의 보조기구 지원금액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생색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서울, 인천, 경기로 신청아동의 거주지역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보조기구 전달체계의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보조기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통업체 등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어린이의 보조기구 맞춤제작, 평가, 유통 등에 대한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거주지역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선정 후 보조기구를 전달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조기구를 제작, 판매, 보급하는 기업들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조기구를 구입하고자 하여도 최소 2, 3개월이 넘게 걸리고 공정하지 못한 유통 계약 조건을 요구 할 경우 받아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번 지원사업의 경우에도 6월에 최종지원대상이 선정되었지만 10월이 되어서야 보조기구를 전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장애어린이들이 상당시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어린이보조기구지원사업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점을 가진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번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장애인에게 보조기구가 갖는 절대적인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뜻을 가진 많은 분들과 함께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꾸리고 정부의 지원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의 시작은 아직 작고 서툽니다. 하지만 오늘의 시작이 있었기에 내일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가능합니다. 꽃도 별도 사람도 세상도 혼자 떠오르고 무너지지 않듯,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행복한 삶을 위한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글= 이명희 배분사업팀 간사
*사진=정태영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