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의 3개월 동안의 좌충우돌기
전깃줄처럼 얽혀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은 삶을 지탱해주는 단단한 끈이 되어줍니다. 이 곳, 푸르메재단에도 서로 다른 이유로 인연이 되어 재단 구석구석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3명의 열혈청년들입니다. 그 동안 여러분의 수고와 노력으로 푸르메재단의 희망은 10cm 더 자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차이’의 즐거움을 찾은 인턴활동
[박미리 인턴/ 서강대학교 수학과 3학년]
방학을 몇 주 앞두고 한 학기 동안 즐겨 들었던 수업, 모임들, 모든 것들이 하나씩 끝맺음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3개월 동안의 푸르메재단 인턴활동도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재단에서 수료식과 점심식사를 하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왜 그런지 조금은 허전하기도 하고, ‘끝이 오긴 오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이상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푸르메재단에서의 3개월을 돌아보았습니다.
3개월의 시간은 장애를 가진 나 스스로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한쪽 손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그 동안 ‘장애’라는 것을 ‘다른 사람의 문제’로만 보려고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굉장히 싫어했기에, 저에게 장애는 없어야 할 것 또는 무시해야 할 것이 되고 있었습니다. 또 그것은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되기도 해서, 하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안에 있는, 장애에 대한 제 생각을 바라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 괴로움을 느낀 날부터 ‘인턴을 어떻게 마칠 것인가, 어떻게 내 모습을 마주볼 것인가, 마주보지 못한다면 그만두어야 하는가, 계속한다면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등의 문제들을, 머리 터지도록 며칠을 계속해서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괴로워하는 그 ‘다름’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지만 생애주기에 따라서 장애로 인한 고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진과 함께 전달하는 포토스토리를 준비하는 것 이었습니다. 괴롭기 때문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괴롭기 때문에 한 발 더 나아가보겠다고 결심하고 난 후의 이 작업은 아직 결과물을 낳지 않았음에도 저에게 아주 작지만 중요한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은 없애야 할 단점이 아니라 그냥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봄의 꽃들은 각양각색인 것이 아름답습니다. 또 초여름의 신록은 모두 같은 초록이 아닙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데 ‘다름’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닌 그것 또한 사랑을 이루는 한 부분이 됩니다. 다르다는 것은 버리고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것을 조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대신 저만의 속도로 저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이제는 저의 다름을 버리려고 애쓰기보다는, 저의 다름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즐거워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푸르메재단에서 거두어 간 꽃씨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푸르메재단의 인턴활동’. 이런 즐거운 삶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신 푸르메재단에 감사드립니다.
‘편견의 잣대’는 내 스스로 없앨 수 있는 것
[김준영 직장체험생/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4학년]
한 달 여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저에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푸르메재단의 뜻이 제 삶에서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직장체험을 하면서 저는 저 스스로에게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줄곧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푸르메재단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재단과 함께 하는 동안 재단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선한 미소를 보았고, 장애가 있고 없음을 떠나 모두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저는 장애인분들의 일상과 행복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세워진 깊은 잣대들로 인해서 그분들을 오로지 도움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장애가 없는 제가 그분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푸르메재단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함께 즐거워하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통로 중 하나가 푸르메재단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나서지 못했고 나아가지 못했던 길을 푸르메재단이 꿈꾸며 현실로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푸르메재단 식구들과 잠깐 동안 함께 하며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이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멀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작지만 계속해서 실천해나가겠습니다.
푸르메재단과의 짧은 시간이 아쉽게만 느껴지네요. 푸르메재단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글=박미리, 김준영
*사진=이명희 배분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