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푸르메포럼 - 예종석교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강연 시작에 앞서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예종석 교수님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게 되어서 기쁘다며 오늘 이 자리에 국내 CEO들이 와서 강연을 듣는다면 더욱 값진 시간이 될 것인데 아쉽다며 다음에는 그러한 시간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2009 푸르메포럼 ‘나눔+희망 세상을 바꾸는 힘!’ 두 번째 강연이 지난 10월 22일(목) 저녁 7시 반부터 재단 2층에서 1시간 반 동안 열렸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강연을 맡은 한양대 경영대학장인 예종석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부유층과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귀족과 부유층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예전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였는데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찬란한 기부문화로 싹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 록펠러, CNN창립자 테드테너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의 빌게이츠가 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이 370억달러를 빌게이츠재단에 쾌척한 것은 자신보다 빌 재단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서 잘 쓰일 수 있는 곳에 기부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10대 후손까지 300년 동안 부를 유지해 온 만석꾼 집안, 경주 최부자 가문이 대표적입니다. 예 교수는 그렇게 오랫동안 부를 유지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재산을 절대로 만석이상 쌓지 말라고 했으며 사방 백리에 굶어죽게 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의 이득이 아닌 남에게 베풀어야 그 부가 100년이 넘게 유지될 수 있었고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유한양행의 창업자 故 유일한 선생은 근대의 대표적인 기부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평생 정치자금 없이 깨끗하게 살다가 유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큰 것이며 우리나라가 이러한 사람을 스타로 만들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예 교수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도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아직도 어려운 이웃들이 존재하고 부의 양극화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 할 수 있는 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제시를 합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기업 CEO들이 아직은 고액 기부에 인색하지만 점점 그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고 합니다. 종군위안부로 파란 만장한 삶을 살다가 정부 생활보조금을 모아 1억 1천만원을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 카이스트에 300억을 기부한 정문술 회장, 사재 4,000억을 출연해 장학 재단을 만든 이종환 회장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교도소 담장위에서 펼쳐지는 기부가 지속적인 기부를 오히려 막고 있지만 위와 같은 분들이 있기에 예 교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정착하려면 부유층들의 모범적 기부가 많아져야 하고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교육과 다양한 제도와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기부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 기부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종석 교수의 예리한 지적과 위트가 있는 강연은 참가자와 재단 직원들의 마음을 더욱 기분 좋게 했습니다.노블레스(귀족)가 오블리주(책임,의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블리주(책임,의무)를 하면 그 사람이 바로 노블레스(귀족)이 된다고 합니다. 나눔과 기부는 어느 한 사람의 역할 도 중요하지만 모범적인 기부 문화가 많이 이루어질 때 하나의 전통이 되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소정의 강연료를 준비했지만 극구 사양하시고 재단에 다시 기부를 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글=푸르메재단 박미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