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장애청소년이 함께 한 제주도 비전 트레킹
지난해부터 푸르메재단과 외환은행나눔재단이 손잡고 장애청소년들에게 도전정신과 비전을 주기 위해 시작한 엄홍길과 함께 하는 트레킹! 그 두 번째인 제주도 비전트레킹 행사가 지난 16일부터 3박 4일간 제주도 한라산 일대에서 진행됐습니다.
장애청소년들이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 도전의지를 보여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첫째 날
2009년 9월 16일 오전 8시. 김포공항 2층 진에어 부스 앞은 제주도 비전 트레킹에 참가하는 장애청소년과 외환은행 임직원 자원봉사자들로 붐볐습니다. 행사 기간 함께 호흡하고 행동할 짝꿍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애청소년과 외환은행 임직원 자원봉사자가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장애청소년이 쉽게 마음을 열고 안정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입니다.
김대위 군도 멘토인 외환은행 윤나래 누나를 만났습니다. 벌써 마음이 통했는지 웃는 표정이 밝습니다.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50분만에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먼저 제주 올레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로 향했습니다. 올레는 큰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이란 뜻으로 제주도 둘레를 따라 형성된 길입니다. 성산 일출봉의 1코스를 시작으로 제주도의 남쪽을 따라 13코스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은 가장 아름다운 코스인 7코스와 10코스를 걸었습니다.
외돌개 잔디밭에서 모둠별로 앉아 공동체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때,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나타났습니다. 엄 대장님은 청소년들에게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엄 대장님을 모르는 청소년들도 엄대장님의 말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며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올레는 제주도의 눈부신 풍광을 유지한 채 만들어져 걷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바닷가에 접한 7코스와 10코스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해졌습니다.
바닷가 옆을 걷다가 험한 바위라도 만나면 엄 대장님이 갑자기 타잔처럼 나타나 청소년들을 잡아주거나 업어서 안전하게 옮겨주셨습니다.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엄홍길 대장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엄 대장님은 세계최초로 세계 8천미터 이상 16좌 완등한 기록을 가진 대단한 분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엄 대장님을 만든 것은 눈부신 성공만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뼈아픈 실패와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오늘의 그가 있습니다. 산을 오르며 여러 명의 동료들을 잃었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고 합니다. 특히 안나푸르나를 오르면서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을 때 엄청난 고통 속에 72시간 을 땅바닥을 기며 산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발목이 완전히 굳어 버린 상황 속에서 평생 산을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판정도 있었지만 엄홍길 대장님은 이 시련을 엄청난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했습니다. 이런 정신을 바탕이 돼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특강장은 감동으로 물결쳤습니다. 엄 대장님은 준비해 온 등산 수건을 청소년 한 명 한 명에게 손수 나누어 주면서 격려했습니다.
- 둘째 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이번 비전 트레킹의 핵심인 한라산 등반의 날입니다. 청소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한라산 성악판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엄홍길 대장은 '혼자 가면 절대 멀리 갈 수 없다'는 취지로 도전 정신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청소년들 신발끈을 매 주시면서 한 명씩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 중에는 어제 올레길을 걸으면서 너무 힘들어했던 연이도 있었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연이는 오른쪽 발목이 굳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하지만 고3이어서 수술을 미루고 있습니다. 걸음이 불편하고 오래 걸으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제 너무 힘들게 걸었기때문에 모두가 연이는 한라산 중턱에서 주저 앉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연이는 기적을 보여줬습니다.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을 등반하는 길중 중 가장 완만한 코스입니다. 그래서 주로 초심자들이 걷는다고 합니다.청소년들은 각자 짝꿍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몸이 지키고 무거워졌습니다. 갈길이 멀기만 했습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진달래밭 대피소에 오후 1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정상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해가 짧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산행을 통제합니다. 바쁜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낮 12시 30분.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에 청소년들과 멘토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 때문에 중간 포기자가 많을 것이라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한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진달래밭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혼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엄 대장님의 기운을 전해 받고, 멘토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한계를 넘어 이곳까지 오른 것입니다. 일행은 즐거운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먹으며 땀을 식혔습니다.
이어 다시 출발. 모두 정상까지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청소년들만 출발했습니다.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엄홍길 대장님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업히고, 안기는 온갖 어려움을 참고 산행을 계속한 청소년들은 드디어 한라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물안개가 신비롭게 감싸고 있는 백록담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르고 오를 때는 '이 고생을 왜 하나?' 싶었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고 보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청소년들은 모두 감격했습니다. 엄홍길 대장님의 손을 잡고 올랐지만, 까마득한 정상을 서고 보니 원래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힘이 나타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 보다 두 배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무사히 걸어 내려왔습니다. 정상에 오른 친구나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기다린 청소년 모두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연이는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이는 올레길을 걷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어 넘어졌습니다. 하지만 쉬지않고 걸어서 진달래밭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연이는 성판악에 도착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에게 기적이 일어났어요! 제 스스로도 한라산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한 저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이들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날 저녁 홍석만 선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홍석만 선수는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 단거리 선수로 출전해 400미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단거리 대표 스프린터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도저히 좇아올 수 없는 실력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홍 선수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비장애인들이 이해할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운동을 통해 '장애인'이라는 절망감을 딛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수 있었다는 홍 선수는 장애 청소년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자기만의 힘을 찾아 키우라고 주문했습니다.
- 셋째 날
세쨋 날은 제주도의 풍광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일정으로 오전에는 제주도의 유명한 특산품인 감귤을 보기위해 농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에는 감귤을 직접 따먹을 수 있는 체험장이 있었습니다.
이어 제주민속촌박물관. 이곳은 제주도의 전통 가옥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제주도의 풍속을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청소년들과 멘토들은 다니면서 다양한 것들을 체험했습니다. 제주도 초가집에도 들어가 보고, 처음보는 다듬이를 직접 두들겨 보기도 했습니다.
관람이 끝난 후 비전 워크샵이 진행됐습니다. 각자의 꿈과 비전을 적어서 그것을 한 곳에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각 모둠별로 개성이 넘치는 꿈과 비전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꿈은 단지 한 개인의 꿈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누고 겹치면서 거대한 꿈을 맞춰 나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전 트레킹의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들이 3박4일동안 나누었던 꿈과 희망을 적은 도전장을 서로 짝꿍에게 수여하는 행사였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짝꿍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니다. 3박 4일간 도움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청소년 16명과 그들의 멘토 16명, 32명의 트레킹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올레길과 한라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앞으로 살아나가는 동안 어려움에 부딪힐때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배운 도전 정신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글=이재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