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이사장님의 아름다운 귀향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구름이 유난히 하얗던 26일 오전, 강화도로 뜻 깊은 ‘집들이’를 갔다. 한 시간 반쯤 달렸을까, 멋드러진 목조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바로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이다. 뻐근한 몸을 펴는 우리를 김성수 주교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하신 뒤 파란만장한 서울살이 70여년. 이제 피붙이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푸르메재단의 이사장이신 주교님은 얼마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이곳 강화도로 사모님과 함께 낙향하셨다. 우리마을은 주교님께서 선친께 물려받은 땅 위에 세우신 곳으로 직업재활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교님은 콩나물공장 옆에 새로 지은 아담한 집으로 이사하셨다.


 “이 친구들이 키운 콩나물, 정말 맛이 좋아요!”


 사실 콩나물 재배시설은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 되어 있어 우리마을 원생들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전히 판로를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지만 요즘엔 대기업 사원식당에서 ‘콩나물 요리의 날’을 정해 우리마을 제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두부공장을 장애인 근로자 친화적으로 제대로 세우려면 이렇게 많은 돈이 많이 든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내려오자마자 걱정이 태산이야. 우리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시설인데…….” 김성수 주교님의 콩나물 걱정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서울에서 온갖 업무로 동분서주하시면서도 우리마을 원생들이 만든 콩나물을 어떻게 잘 팔 수 있을지 늘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착안하신 게 바로 두부공장이다. 콩나물은 싱싱하게 유통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두부로 만들면 판매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아서이다. 문제는 2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시설비.



푸르메재단 직원들은 조금씩 성의를 모아 주교님 내외분께 귀향선물로 모자를 선사하고, 백경학 상임이사님 댁 ‘아롱이’가 낳은 강아지도 품에 안겨드렸다. 세월과 함께 서로 닮으신 주교님 부부께서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우리마을 구내식당에서 원생들과 다 함께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화기애애’. 일용할 양식을 함께 나누는 우리마을의 풍경은 정말 따스했다. 조금도 그늘진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원생들은 주교님을 친할아버지처럼 다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낯선 손님들에게도 환한 표정으로 슬쩍 물을 떠다주고 인사하는 예쁜 마음이 읽혔다.



일평생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오신 주교님. 자신에게 남은 모든 열정과 사랑을 이제 고향에서 펼치시겠다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분이시다. 주교님이 삶으로써 전해주시는 큰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서울로 돌아왔다. 나의 ‘서울살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글,사진=박미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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