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소년 동화책만들기> 수업 종강
푸르메재단과 아르코미술관이 공동주최한‘장애청소년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지난 12월 22일 글쓰기 및 그림그리기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로써 지난 9월 시작된 동화책만들기 프로젝트가 14주간의 수업을 모두 끝내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장애청소년들이 만들어 낸 동화는 오는 4월 정식 출간을 앞두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푸르메재단과 아르코미술관이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기획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장애청소년 각자가 가슴에 품고 있는 꿈과 비장애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작업을 거쳐 동화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체장애 3명, 시각장애 2명, 청각장애 7명, 발달장애 1명 등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 13명이 참여했습니다.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크게 글쓰기 작업과 그림그리기 작업으로 나누어서 진행했습니다
톡톡튀는 상상력을 이야기로 풀어낸 9주간의 글쓰기 작업
지난 9월 22일 13명의 장애청소년과 고정욱, 임정진, 강만수, 이영서 님 등 동화작가 4명이 모여 글쓰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글쓰기 작업은 청각장애 학생을 한 그룹으로 시각장애, 지체장애, 발달장애 학생을 또 다른 그룹으로 나누어 9주 동안 진행됐습니다.
청각장애 청소년들의 경우, 두 명의 수화통역 봉사자가 동화작가와 청각장애 학생 사이에 입이 되어주었고, 수화통역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표현은 동화작가와 학생이 직접 컴퓨터로 글을 써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시각장애 청소년들은 각각 점자정보단말기와 컴퓨터에 센스리더기를 설치하여 자기가 써 온 글과 다른 참가자들의 글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은 창작능력과 표현능력이 부족했지만 반대로 그림에 대한 감각이 탁월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그림과 간단하게 한 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지체장애 청소년들은 재활원 소속으로 이동할 때 불편함 빼고는 글쓰기 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글쓰기 작업은 ‘동화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 주제 잡기’ ‘나만의 이야기 만들기’로 크게 세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정해진 수업시간 외에도 서로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인터넷 공간에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가 만든 동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자신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왜소증 장애를 갖고 있는 소연이가 쓴 재활원에서의 소화점검 하던 날의 에피소드, 시각장애 1급인 형옥이가 쓴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남동생과의 우정,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 1급의 하늘이가 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간 얼큰이 아저씨 등 자신의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명랑 유쾌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무장된 이야기를 쓴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강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없어져버린 소리를 찾아나서는 소설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밖에도 ‘호랑이가 되고 싶어 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 ‘종이나라에 간 화가’ 등 재치만발 이야기들이 완성됐습니다.
각각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림작업
이어서, 완성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 이야기에 맞는 장면들을 그리기 위한 그림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11월 24일부터, 5주의 과정으로 진행된 그림 작업에는 이제, 한우리, 정석우 그림작가와 오프닝 스튜디오, 아르코미술관의 허진 씨가 같이 참여해서 각 그룹으로 나누어 그림 작업을 지도했습니다.
시각장애 1급 하은이는 손에 촉감을 이용하여 도예로 동화 속 주인공을 만들었고, 청각장애 2급인 재현이는 동화 속 동물들을 판화형태로 작업했습니다. 자기가 직접 쓴 글에, 그림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14주에 걸친 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월요일만 되면 가슴이 설레인다’고 합니다.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전라남도 광주에서 불편한 몸에 먼 길을 마다 않고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미술관 강의실을 빠지지 않고 찾았습니다. 쇼그렌증후군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해야 했던 형옥이는 월요일만 되면 아무리 아파도 기운이 난다고 했습니다.
13명의 장애청소년이 만든 동화책이 아름다운 이유
아이들은 왜 그 먼 길을, 결석 한번 하지 않고 찾아왔을까? 그건 바로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어린 시절에 이룬 작은 성취들이 모여 삶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이영서 동화작가님)
장애청소년들이 동화작가와 그림작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동화책을 펴내는 작업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던 것은, 열의와 꿈으로 가득 찬 13명의 장애청소년들, 뜨거운 열정과 관심으로 지도해 준 동화작가 및 그림작가님들, 그리고 장애청소년들의 옆을 지켜준 대학생 자원봉사자님들, 수화통역사님, 차량봉사자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내년 4월 초에, 출판사인 <샘터>에서 장애청소년들이 쓴 동화를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장애청소년들이 이번 동화만들기 작업을 통해 꿈을 이뤘던 것처럼, 4월에 출간될 이 동화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담긴 소중한 꿈을 이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