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트래킹 뒤풀이


“간사님! 뒤풀이 언제 해요?”


지난 9월 백두산 트래킹에 참가한 장애청소년 8명은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뒤풀이를 언제하냐"고 전화와 문자로 물어왔습니다. "뒤풀이를 10월초에 하자"는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10월 1일이요?" 라고 묻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백두산에 함께 갔던 친구와 선생님들을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뒤풀이가 지난 2일(목) 오후 7시 재단사무실에서 열렸습니다.


백두산 트래킹에서 큰 형 역할을 했던 시원이가 역시 리더답게 제일 먼저 재단에 도착했습니다. 이어 듬직한 훈남(보고 있으면 훈훈해지는 남자) 경우가 아버지와 함께 들어섰고 곧이어 오카리나를 멋지게 부는 종원이, 차분한 유진이, 미래의 '바리스타' 희도, 명사회자 규범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재단에 왔습니다.


지난 행사에 참여했던 봉사자중에서 외환은행 송정은 선생님, 김온실 선생님, 토마토 황언구 사장님이 참석했습니다. 아쉽게도 엄홍길 대장과 시인 정호승 선생님, 석창우 화백님 외 여러분이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속속 도착한 장애청소년과 부모님은 재단에서 준비한 뷔페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일반식당에서는 아무래도 장애청소년들이 편하게 식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의자와 테이블을 총동원해 재단 쉼터공간을 멋진 1일 식당으로 꾸몄거든요.


백두산 트래킹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서로 돌아가며 백두산 트래킹을 다녀온 소감과 아이 변화에 대해서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제가 백두산을 가기 전 몸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백두산에 가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참가 청소년의 리더인 시원이는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돼 기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유진이 어머니는 이번 백두산 여행이 유진이나 자신에게 ‘장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하셨습니다.


“유진이가 백두산 트래킹전에 열린 워크숍에 다녀오더니 다른 모습의 친구들을 보니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유진이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장애가 생겼는데 제가 장애를 드러내놓지 않고 키워서 그런지 유진이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으려했습니다. 잘 달래서 백두산 트래킹에 보냈는데 다녀오더니 완전히 달라졌어요. 백두산에 함께 갔던 친구들 이야기도 매일하고 보고싶다는군요. 학교에서도 특수학급 친구 손을 꼬옥 잡고다니며 그 친구에게 도움을 줘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특별손님으로 두 분이 오셨습니다. 네팔에서 20년 이상 의료봉사를 해오신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근후 선생님과 네팔에서 신경외과 의사로 있는 해무(Hemav Rajbhandaki) 선생님입니다. 이근후 선생님은 이날 모임을 보시더니 "과거에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면서 "참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돼 기분이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제 규범이가 나설 차례가 왔습니다. 백두산 여행때 맹활약한 규범이가 명사회를 볼 수 있는 기회! 바로 장기자랑 시간입니다. 노래를 시키겠다는 집념이 대단해서 모두가 규범이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고개를 숙여도 보지만 규범이와 눈길이 마주치면 대통령이라도 절대 피해 갈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백경학 이사님과 정태영 팀장님도 규범이가 지목하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진지(?)하게 노래를 불러주셨고요. 종원이는 어디서 배웠는지 2010 남아공 월드컵 주제가를 부르며 몸을 흔들다가 점프까지 하며 흥겨움을 표현했습니다.


희도 어머니는 희도 대신 노래를 불러야 했죠. 외환은행의 송정은 선생님은 역시 신세대답게 최신곡을 들려주었습니다. 규범이의 어머니도 피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규범이 어머니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오셨는지 당황하시지 않고 분위기있는 노래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날 당연 최고는 경우 아버지였습니다. 부모님 중 청일점이셨던 경우 아버지께서는 "허허" 웃으시며 모두가 생각지 못한 ‘올챙이 송’을 부르셨습니다.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어느새 박수를 치며 ‘올챙이송’을 함께 불렀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간사님! 다음 모임은 언제 해요?"라는 전화와 문자가 시작되겠죠.


글/사진=푸르메재단 어은경 간사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