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5만명이 일군 장애인 재활… “선한 영향력의 힘”
5만명이 일군 장애인 재활… “선한 영향력의 힘”
김지은 기자 2025-11-28
■ 백경학 푸르메 재단 대표, 설립 20주년 맞아 책 출간
박완서·김성수·김정주 등에
초등생·80대 할머니도 동참
재활병원 등 조성 십시일반
“젊은층 참여 힘 더 쏟을 것”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백경학(62·사진) 푸르메재단 상임대표는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세상을 바꾸는 힘’(문학동네)을 펴낸 이유에 대해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재단이 하루 600명의 장애어린이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과 발달재활센터를 세우고, 170명의 장애 청년들이 일하는 농장과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시민들의 성숙한 기부문화 덕분”이라며 “이 책은 그분들께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푸르메재단은 백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언론인 시절 독일 연수 중 아내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는 일을 겪으며 유럽에 비해 국내 재활치료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교통사고 피해보상금과 자신이 운영하던 수제맥주 회사 지분을 기반으로 2005년 재단을 설립했다.

책 ‘세상을 바꾸는 힘’ 표지. 문학동네 제공
“지금까지 5만여 명이 후원해 주셨습니다.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나누고,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친 분들이지요. 이분들을 대표해 재단의 중요한 기둥이 되어준 스무 분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고 박완서 소설가와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는 재단 초기부터 인연을 맺고, 꾸준히 힘을 보탰다. 백 대표는 “박완서 선생님은 막내아들을 잃은 아픔을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성수 주교는 이사장을 맡아 ‘장애인도 보통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제시하며 재단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기대했던 기업의 후원이 무산돼 낙심한 백 대표에게 “열 번 전화해야 한 번 만날 수 있고, 열 번 만나야 겨우 마음을 열 수 있다”며 격려해 주기도 했다.

2016년, 마침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었다. 1만 명의 시민과 500개 기업이 함께 만든 기적이었다. 고 김정주 넥슨 대표는 병원 건립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억 원을 기부하며 “이곳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강지원 변호사, 가수 션·정혜영 부부,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이철재 전 쿼드디멘션스 대표, 이해인 수녀, 정호승 시인 등의 사연이 책에 담겨있다.
재단은 2007년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치과인 푸르메나눔치과를 시작으로 2012년 푸르메재활센터, 2016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2022년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하며 장애인 지원 사업을 이어왔다. 백 대표는 “지난 20년간 장난감을 팔아 모은 돈을 보내온 초등학생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를 기부하려는 80대 할머니까지 수많은 시민의 정성으로 불가능이 현실이 되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최근 발달장애 어린이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적응과 관계 개선을 돕는 전문센터 개설, 장애 청년 자립을 위한 새로운 주거모델 및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의료·복지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단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공감과 지지, 연대를 바탕으로 한 기부가 중요할 것입니다. 선한 마음이 모여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munhwa.com/article/11550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