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빈민의 성자,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 별세
[보도자료]
청계천 빈민의 성자,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 별세
- - 일제 식민 지배 속죄하며 1970년대 도쿄 자택 등 전 재산 털어 청계천 빈민 구호활동 헌신
- 2012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속죄
1970년대 고 제정구 의원과 함께 청계천 빈민 구호활동을 했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목사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악성 림프종이 발병해 지난달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고 노무라 모토유키 씨는 청계천 빈민 구호활동을 펼치는 등 반평생을 한국에 대한 봉사로 보냈다. 1958년 처음 한국에 와서 일제의 식민 지배 잔재와 6·25전쟁의 후유증을 목격한 그는 반성과 속죄의 마음을 안고 1973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때 청계천 빈민가의 참상을 목격하고 어머니가 물려준 도쿄의 자택까지 팔아 빈민 구호에 나섰다. 일본은 물론 독일, 뉴질랜드 등에도 지원을 호소해 탁아시설 건립 등에 힘썼다. 당시 고인이 청계천 빈민을 위해 지원한 돈은 7500만 엔(한화 약 8억 원)에 달했다.
또 청계천과 동대문시장, 구로공단을 비롯해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당시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2006년 사진 자료 2만 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명예시민에 선정됐다.
고인이 한 일은 빈민구호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2년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속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번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바라는 신념을 지켰다.
고인의 한국 사랑은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도 이어졌다. 2009년 동화작가 임정진 씨의 소개로 알게 된 푸르메재단을 매년 방문해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을 만나 위로했으며,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을 도왔다. 평생 국적과 세대를 초월해 박애정신을 실천해온 노무라 목사는 2015년 제정된 ‘제1회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들 마코토(眞理) 씨는 “아버지는 수입이 줄어든 노후에도 조금씩 저축해 기부를 계속했다”며 “스스로를 낮추면서 성경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태복음 7-13)’는 말을 날마다 실천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돈이나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조용히 보내달라’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치르지 않는다.
고인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는 “마지막 소원을 묻는 말에 ‘아들 마코토가 한국 장애어린이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던 노무라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고인이 한국 사회에 남긴 사랑을 기억하며, 그 사랑이 더 큰 희망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잘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