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발달장애인의 '꿈의 직장'…푸르메소셜팜을 아시나요?

발달장애인의 '꿈의 직장'…푸르메소셜팜을 아시나요?

2023-10-01

 

첫돌 맞은 발달장애 청년 일터 '푸르메소셜팜'
최저임금 보장으로 발달장애 직원 자립 도와
스마트팜 시스템, 업무분담으로 매출 2배 성장
발달장애 자녀 둔 부부의 토지 기부로 기틀 마련
SK하이닉스, 2천여명 시민 도움도 한 몫 거들어

 

토마토를 수확 중인 푸르메소셜팜 직원들.토마토를 수확 중인 푸르메소셜팜 직원들. 푸르메소셜팜 제공

"누군가의 도움에서 벗어나 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저에게도 꿈이 생겼습니다."

 

지난 27일 경기도 여주시 소재 발달장애 청년 일터 '푸르메소셜팜'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이수연(31·여)씨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다.

 

이씨는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하면서 모든 게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비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아파트지만 장애인시설에서 벗어나 자취를 시작했다. 일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주변 도움 없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또 적금까지 들고 '애견 카페 사장'이라는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이씨는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하면서 답답한 시설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자취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또 퇴근하고 나면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애견 미용 등 수업을 들으며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첫돌 맞은 푸르메소셜팜…발달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이 수확된 토마토를 포장하고 있다. 이준석 기자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이 수확된 토마토를 포장하고 있다. 이준석 기자

첨단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한 푸르메소셜팜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토마토 재배로 시작했지만, 표고버섯 재배,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 운영과 교육문화센터까지 운영이 확대되면서 발달장애 직원은 54명으로 늘었다.

 

푸르메소셜팜의 가장 큰 특징은 발당장애인에게 정당한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상 장애인 노동자는 노동력이 70% 이하로 평가되면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지만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덕분에 발달장애 직원 54명 가운데 6명이 이씨와 마찬가지로 자립에 성공했다.

 

또 첨단 스마트팜 시스템의 도움으로 발달장애 직원들은 장애 정도에 맞춰 가지 치기, 수확, 포장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맡는다. 비료 혼합, 시스템 설정같은 어려운 업무는 비장애 직원 18명이 담당하고 있다.

 

업무분담이 이뤄지는 등 체계가 잡혀가면서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병두 푸르메소셜팜 대표는 "푸르메소셜팜을 복지시설 형태로 운영할지 일반 회사로 운영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장애인들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회사로 시작했다"며 "늘어나는 매출과 자립하는 직원들을 보니 회사로 운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업·시민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꿈의 직장'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 내부. 이준석 기자베이커리 카페 무이숲 내부. 이준석 기자

 

푸르메소셜팜은 일반 회사의 형태로 운영되지만 다른 기업과 일반 시민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1998년 독일연수를 떠났던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연수 막바지에 끔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백 상임이사의 아내는 다리를 절단했고, 백 이사는 하루아침에 중증 장애인의 가족이 됐다.

 

백 상임이사와 8년에 걸친 소송 끝에 아내의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을 받았고, 아내와 '아름다운 재활병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상금의 절반인 10억 7천만원과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백 상임이사는 2016년 국내유일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했지만, 국내에 아내와 같은 중증 장애인이 편견 없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푸르메재단은 자금 확보를 위해 2018년 발달장애 청년의 자립을 위한 스마트농장 건립 모금캠페인을 진행했다.

 

백 상임이사의 간절한 바람이 통해서였을까. 발달장애 아들을 둔 이상훈·장춘순 부부는 푸르메재단의 취지에 공감해 선뜻 30억원 상당의 토지 1만 1800㎡를 기부했다.

 

이후 여주시에 본사를 둔 SK하이닉스가 전체 농장 건립비 3분의 1에 해당하는 50억원을 기부했고, 여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도 동참했다. 여기에 일반 시민 2천여명도 뜻을 모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말 그대로 '꿈의 직장'이 됐다.

 

카페 무이숲에서 제과제빵업무를 맡고 있는 지적장애인 원유림(26·여)씨는 "장애인시설에 있으면서 복지센터, 복지관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해봤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여기서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카페를 차려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의 다음 목표는 '꿈의 직장'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푸르메소셜팜은 국내 1호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발달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일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했다"며 "푸르메소셜팜이 일종의 모델하우스가 되서 농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준석 기자

 

출처: https://www.nocutnews.co.kr/news/6021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