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어린이재활병원 설립한 백경학 이사 “고 넥슨 김정주 회장 뜻 이어갑니다”

어린이재활병원 설립한 백경학 이사 “고 넥슨 김정주 회장 뜻 이어갑니다”

2022.03.09

권혁재의 사람사진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권혁재의 사람사진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무모한 건 아닌지 걱정도 됐어요.
마침내 개개인의 작은 홀씨가 모여서
희망이라는 꽃동산을 이뤄냈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여 명, 기업과 단체 500여 곳의 정성으로 이룬 '기적의 병원'이다. 액자의 글귀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처럼 그렇게 병원은 만들어졌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여 명, 기업과 단체 500여 곳의 정성으로 이룬 '기적의 병원'이다. 액자의 글귀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처럼 그렇게 병원은 만들어졌다.

이는 2016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후
산파 역할을 한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의 소감이다.

총 공사비 430억원,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 병원이
30만여 장애 어린이에게 ‘희망의 꽃동산’이 될 터니
꿈만 같았을 터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최초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이다. 하루 장애 어린이 500여 명을 돌볼 수 있으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수영장도 갖췄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최초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이다. 하루 장애 어린이 500여 명을 돌볼 수 있으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수영장도 갖췄다.

이리도 무모할 정도의 일에 그가 덤벼든 이유가 뭘까?
“1998년 스코틀랜드에서
아내가 한쪽 다리를 잃는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아내는 100일간 혼수상태였죠.
평생 흘릴 눈물을 그때 다 흘렸습니다.
다행히 현지 의료진의 꼼꼼한 보살핌으로 생명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재활치료를 위해 찾아간
병원의 한마디가 암담했습니다.
‘병실이 없어 두세 달 기다려야 합니다’는 말에
삶의 항로를 바꿨습니다.

”취지가 좋아도 모금은 힘겨운 일입니다. 열 번 전화하면 한 번 통화할 수 있고, 열 번 통화하면 한 번 만날 수 있습니다. 일단 만나면 절반은 성사된 셈이죠”라며 모금의 어려움을 말하는 백 이사는 스스로 ‘공익적 앵벌이’라고 했다. 그는 그 공익을 위해 숱한 문전박대를 이겨낸 게다.
”취지가 좋아도 모금은 힘겨운 일입니다. 열 번 전화하면 한 번 통화할 수 있고, 열 번 통화하면 한 번 만날 수 있습니다. 일단 만나면 절반은 성사된 셈이죠”라며 모금의 어려움을 말하는 백 이사는 스스로 ‘공익적 앵벌이’라고 했다. 그는 그 공익을 위해 숱한 문전박대를 이겨낸 게다.

한국에 재활전문병원을 세우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아내와도 약속했죠.
영국 보험사와 8년 소송 끝에 받은 보상금 절반인
10억원을 재단에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싹 틔운 재활전문병원의 꿈은
넥슨 김정주 이사를 만나면서 현실이 됐다.

2014년 이루어진 넥슨 김정주 이사의 기부 약정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마중물이 되었다. 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제공
2014년 이루어진 넥슨 김정주 이사의 기부 약정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마중물이 되었다. 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제공

“2011년 어느 가을날 전화로
푸르메 재단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짓고 있던
어린이 재활의원에 1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인, 임직원들과 함께
매주 찾아와 치료공간을 꾸미는 봉사활동까지 했습니다.
이후 제가 병원 건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비용 400억원 중 절반의 기부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김 이사는 흔쾌히 20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마중물과 1만여 시민, 500여 기업·단체의 정성이 더해져
기적처럼 병원이 세워진 겁니다.
그의 통 큰 결단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어린이 재활병원이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김 이사는 매년 병원 적자를 메꾸기 위한 운영비를 자비로 보태고,
코로나 19로 병원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30억원의 발전기금을 내기도 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 재활병원은 김정주 이사의 별세를 애도하기 위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늘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얘기하며, 어느 아이도 소외가 되면 안 된다는 믿음을 가졌던 .고인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서다. 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제공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 재활병원은 김정주 이사의 별세를 애도하기 위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늘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얘기하며, 어느 아이도 소외가 되면 안 된다는 믿음을 가졌던 .고인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서다. 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제공

어린이를 위한 ‘기적의 병원’ 주춧돌을 놓은
김정주 이사가 지난주 되 올 수 없는 길을 갔다.
그는 갔지만,
그들로 인해 비롯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오래도록 거기 있을 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3999#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