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도와달라' 한마디에 200억 내놓은 김정주…"장애아 눈물 닦아준 기업가"
'도와달라' 한마디에 200억 내놓은 김정주…"장애아 눈물 닦아준 기업가"
2022-03-02
"모두 그를 국내 IT산업을 이끈 선두 주자라고 말합니다. 저는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부모님의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달 27일 유명을 달리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기리며 이같이 말했다.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김정주 창업자를 만나려면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행사에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공헌 활동엔 적극적인 그였다. 경영 관련 외부 노출은 꺼리지만, 넥슨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인 어린이 재활병원 관련 행사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 각종 SNS엔 고인의 '사회공헌활동'과 관련된 관계자들의 추모글이 줄이어 게시되고 있는 상황. 한 장애 아동을 둔 부모는 김 창업자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2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장애아를 둔 가족에게는 희망의 싹과 같은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 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마음 한구석에 어린이에 대한 미안함 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준비되지 않은 이별' 제목의 글을 올리며,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 창업자와 재단 간의 인연은 지난 201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어제 저녁 김정주 사장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했다"며 "그와의 만남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정주 사장과 푸르메의 인연은 2011년 어느 가을날 재단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부터 시작됐다"며 "그와 함께 일했던 이철재 대표가 푸르메재단에 큰 기부를 했다는 기사를 접한 김정주 사장은 자신도 장애 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일하고 싶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청바지와 하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김 창업자는 넥슨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어린이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르메재단이 짓고 있는 어린이 재활의원 건립비로 1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 '도와달라' 한마디에 200억 내놓은 김정주
고인의 기부는 여느 대기업 재벌의 '보여주기식' 기부와는 달랐다. 김 창업자는 부인 유정현 NXC 감사를 포함한 임직원과 매주 푸르메 재활의원에 찾아 병원 내 장난감 소품을 설치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백 상임이사 부부를 제주도 자택으로 초대했다.
백 상임이사는 "당시 김정주 사장 부부에게 어린이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병원건립비 400억원의 절반을 기부해달라고 어렵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르메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하고, 호의로 제주도 집으로 초대해준 분에게 200억원의 기부를 요청하는 상황을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격'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런데 김정주 사장이 흔쾌히 200억원을 기부했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명과 기업 500개의 참여로 2년 뒤 기적처럼 세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주 사장님의 통큰 결단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며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을 보고 매년 큰 금액의 운영기금을 자비로 보태준 것도 작은 거인 '김정주'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되짚었다.
실제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푸르메재단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한 이후에도 매년 자비로 3억~5억원 규모의 병원발전기금을 기부해왔다. 지난해 6월에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30억원 발전기금을 약정하고, 12월 1차 발전기금으로 15억원을 전달했다.
백 상임이사는 "모두가 그를 국내 IT산업, 특히 게임산업을 이끈 선두주자라고 말한다"면서 "저는 그가 우리 사회에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부모님의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넥슨 어린이병원, 장애아 가족에게 희망의 싹과 같았다"
고인을 향한 애도의 목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이날 각종 SNS에는 고인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한 일화가 줄을 이었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회상하며 장문의 애도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닉네임 '네눈박이엄마'는 카카오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내 딸이 처음 재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엔 '재활난민'들이 있었다"며 "이는 병상도 없고 건강보험에서도 장기 입원을 허락하지 않아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옮기는 환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엔 소아재활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이 드물다"며 "재활은 집 근처로 다녀야 하는데 병원 자체가 없다 보니 아이들은 '결정적 재활 시기'를 놓치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넥슨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병원 입장에서 '돈 안되는' 소아 재활의 불모지 한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소아 재활 전문병원이다"면서 "넥슨 푸르메병원은 나에게 기업 기부가 가져오는 임팩트를 깨닫게 해준 계기였고, 장애아를 둔 가족에게는 희망의 싹과 같은 존재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말했다.
김근욱 기자
출처: https://www.news1.kr/articles/?4602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