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장애인 38명 어울린 작업장… “근무가 즐거워요”
장애인 38명 어울린 작업장… “근무가 즐거워요”
2021-12-22
국내 첫 발달장애인 스마트팜, 여주 ‘푸르메소셜팜’ 가보니
방울토마토-표고버섯 키워 수확… 서로 조언 주고 받으며 작업 힘얻어
“소심했던 내가 이젠 누구와도 대화”
“직원들이랑 함께 이야기하며 일을 하니 소심했던 제가 이제는 누가 말을 걸어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됐어요.”
20일 경기 여주시 푸르메소셜팜에서 방울토마토 수확 작업을 하고 있던 발달장애인 이정미 씨(24)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방울토마토 수확 시범을 보이며 “여기 방울토마토 꼭지에 푸른빛이 돈다. 그럼 아직 안 익은 거라 따면 안 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이 씨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올해 6월. 앞서 참여형 일자리로 하루에 4시간씩 휠체어를 수리하고 청소를 하기도 했지만 푸르메소셜팜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고 했다. 이 씨는 “여기서는 방울토마토를 따기도 하고, 세척도 하고, 분류도 하고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할 수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푸르메소셜팜은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이 근무하는 스마트팜으로 올해 3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푸르메재단이 2019년 장춘순 이사(64) 부부로부터 농장을 기부받은 지 2년 만이다. 총 1만1800m²(약 3570평) 규모의 이 농장에서는 발달장애인 38명이 방울토마토와 표고버섯을 재배한다. 비장애인 직원은 전체의 13% 정도다. 김병두 푸르메소셜팜 대표이사는 “장애인들이 제한적으로 일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곳”이라며 “처음에는 수동적이던 직원들이 이제는 제가 뭘 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없냐’며 먼저 물어본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에서는 근로자들이 오전·오후 조로 나뉘어 하루 4시간씩 근무한다. 근무시간 중 30분은 휴게 시간으로 근로자들이 함께 휴게 공간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발달장애인들이 근로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울토마토 재배 간격도 다른 농장에 비해 20cm 정도 넓다. 방울토마토 곁순을 자를 때 사용하는 칼도 일반 농업용 칼이 아닌 가위나 안전 커터칼을 사용한다.
이들은 주로 방울토마토 곁순 관리와 수확, 버섯 수확 및 건조 등 총 7가지 작업을 한다. 이날 오전 푸르메소셜팜 작업장 안에서는 10여 명의 직원이 모여 앉아 수확한 방울토마토 분류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비닐모자, 비닐장갑을 착용한 이들은 5, 6알을 한 손에 움켜쥐고 한 알 한 알을 손가락으로 굴려 불량 상태를 확인했다.
푸르메소셜팜은 내년 5월 농장 부지 내에 카페와 베이커리도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우리보다 특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22/1108976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