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개원 대신 복지관을 택한 그녀… 30년 넘게 장애인 재활에 헌신
개원 대신 복지관을 택한 그녀… 30년 넘게 장애인 재활에 헌신
2021-07-13
재활의학과 의사 이미경 ‘성천賞’
재활의학과 전문의 이미경(63)씨는 나누는 삶을 위해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길을 걸었다. 장애인을 돕고 싶어 1984년 당시 인기가 없던 재활의학을 공부했다. 동료가 대형 병원에 남거나 개원할 때 그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향했다. 30년 넘게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을 도운 공로로 이씨는 제9회 성천상 수상자가 됐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을 기려 2013년 제정됐다.
국내에서 복지관에서 일하는 상근 의사는 이씨가 유일하다. 그는 “병원에선 의료 재활밖에 할 수 없지만 복지관에선 경제적·사회적·교육적 지원을 할 수 있다”며 “돈이나 사회적 명예보단 내가 가진 걸 나누는 유익한 삶을 살고 싶어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재활의학과를 택한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재활의학과는 생긴 지 얼마 안 돼 의사들조차 무슨 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도 아니어서 주변에선 그를 말렸다. 이씨는 “그래도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 뛰어들었다”고 했다. 레지던트 3년 차 때 교수를 따라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순회 진료에 참여한 인연으로 1988년부터 이곳 상임의사로 일했다.
지난 33년 동안 이씨는 발달장애 환자를 돌보면서 치료법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내 치료법에 한계를 느껴 1992년 미국에서 5년간 공부했고, 1997년 의사와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각 영역 전문가들이 팀으로 접근하는 재활치료법을 정립했다. “장애인들이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독립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의료뿐 아니라 심리, 교육, 경제적 지원이 필요해요. 이걸 ‘전인(全人) 재활’이라고 합니다.”
자폐아와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진단·치료법도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장애 예방 비디오’를 제작해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 등에 업혀 왔던 아이가 잘 커서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걸 보면 보람이 크지요.”
3년 전 정년퇴임을 했지만 이씨는 촉탁의사(계약직)로 복지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계속해서 제자리를 지키며 장애인의 의료복지를 위해 힘을 쏟을 거예요. 남는 시간엔 의료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9일 JW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린다.
유지한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07/13/IP5YP7W7ERGR3MR7T2X2VCEP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