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발달장애 준민이 "학교가 즐거워요"
[함께 만드는 세상] 발달장애 준민이 "학교가 즐거워요"
2018-04-19
![12일 다운증후군이 있는 송준민(7)군이 담당 치료사에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지아 기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4/19/fc8e631c-174f-4aae-984a-199c00ed2520.jpg)
재활치료 꾸준히 받아 올해 입학
푸르메재단이 매달 치료비 지원
송군은 출생 직후 시행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생후 100일 때부터 받은 재활치료 종류만 해도 연화·인지·언어·감통치료 등 총 8가지에 달한다. 현재 송군의 지적 수준은 3세, 언어발달 능력은 18개월 수준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타요’,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메롱’이다.
송군의 어머니인 김영란(47)씨 부부는 빚을 내 한 달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200만원에 달하는 재활치료비를 감당해왔다. 인쇄업에 종사하는 송군 아버지의 한 달 수입이 약 300만원 정도였는데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쌓인 4인 가족의 부채가 8000만원이었다. 김씨는 “남편은 아이가 한 살 먹을 때마다 빚이 1000만원씩 쌓인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송군 가족에게 지난해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장애인 지원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으로부터 한 달에 약 30만원씩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동네 재활의학과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송군의 사례를 푸르메재단에 알려 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물을 ‘무’라고 발음하던 준민이가 재활치료를 받은 이후 ‘물 줘’라고 말하는데, 이 모습 하나만 봐도 치료를 포기할 순 없었다”며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꾸준한 재활치료 덕분에 단어 단위로 말을 하던 송군은 최근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기 엄마가 약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준민이가 “엄마, 아기 아프대”라고 말한 것이다. 발음은 다소 부정확했지만 김씨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달엔 초등학교 일반학급에 입학해 다른 아이들과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처음 한 달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요새는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즐겁게 다니고 있다. 같은 반에 좋아하는 친구 ‘지은이’도 생겼다.
준민이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다. 김씨는 “8년 전 준민이를 처음 낳고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6개월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병원에서 밝고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한 다운증후군 아동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며 “준민이도 또 다른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