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앉고, 걷고, 설 수 있도록 근육과 자세를 잡아주는 일이에요
[MODU 63호] 앉고, 걷고, 설 수 있도록 근육과 자세를 잡아주는 일이에요
2018-04-06
장애 아동 물리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환아가 처음 오면 재활의학 전문의 선생님과 함께 아이의 현재 상황을 파악한 다음 보호자의 주된 요구사항을 들어요. 그리고 장·단기 목표를 세우죠. 예를 들면, 배밀이를 어설프게 하는 아이가 왔어요. 보호자가 네 발로 기어갔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면 3개월의 단기 목표는 네발기기로 설정하고,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을 6개월의 장기 목표로 정하죠. 장애 아동의 물리치료는 환아가 앉고 서고 걸을 수 있 도록 근육과 자세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기본이에요.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트나 벤치, 환아의 크기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전동 테이블 등 다양한 물리치료 기구를 보조로 사용해요.
물리치료사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출근을 하면 원장님과 가장 먼저 회의를 해요. 그 뒤에 ‘낮병동’ 환자와 외래 환자로 구성된 스케줄에 따라 치료를 하죠. 낮병동이란 센터에 반나절 머물면서 치료를 대기하는 경우를 말해요. 저 같은 경우는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어 하루에 9명의 환자를 치료해요. 치료만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하루에 평균 11명의 환자를 돌보죠. 환자 한 명당 30분씩 치료하고 치료와 행정 업무 사이에 치료 계획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해요. 이곳은 병원이기 때문에 차트를 검토하거나 정리하고 액팅(환자들에게 치료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도 하고 있어요.
물리치료사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올해가 물리치료사로 근무한 지 19년째예요. 특별한 계기는 아니지 만, 막내 고모의 아들이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났어요. 어릴 적에 사촌 동생에게 목욕도 시켜주고 함께 놀아주기도 했는데, 어린 제가 봐도 동생이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워 보였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해야 이 아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는데 입시를 앞두었을 때 대학교에 물리치료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사촌 동생은 현재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또 결혼도 해서 한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죠. 동생을 보며 물리치료로 몸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 역시 치료를 통해 아 이들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에 일조하고 싶었고,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자라 사회 구성원으로 잘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물리치료사를 선택했어요.
19년간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환아의 상태가 좋아지는 걸 봤을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치료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요. 저와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거나 박수를 칠 때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교감이 된다고 느껴질 때 참 기뻐요. 저는 아이들이 울어도 예뻐할 정도로 좋아해요.
인상적인 환자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친구가 있었어요. 조산으로 태어났는데 수두증(뇌실과 지주막하 공간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상태)으로 뇌병변을 앓아서 경직형 편마비 증상으로 운동기능에 장애를 보였어요. 처음 만났을 때가 태어난 지 10개월째였는데, 네발기기를 못하는 상태였어요. 어머니가 울면서 꼭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치료를 통해 네발기기, 서기, 걷기 모두 가능하게 됐고, 지금은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돼서 혼자 계단 오르내리기도 하고 달리기도 조금씩 하는 상태가 되었어요. 생후 10개월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과정에 함께했다는 생각에 보람찼어요.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물리치료사를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이들이 어리고 치료가 힘들다 보니 간혹 저에게 욕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온몸으로 치료를 거부하거나 침을 뱉는 일도 있죠. 그래도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애교로 봐주는 편이에요. 가장 힘들었을때는 물리치료사로 근무한지 2년째 되던 해예요. 많은 고비를 함께 넘기며 치료하던 아이인데, 집에서 경기를 하다가 무호흡증으로 사망했어요. 그때 마음을 추스르기가 참 힘들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아이의 어머니가 병원에 찾아와 둘째 임신 소식을 전해줬어요. 그러면서 꿈에 하늘로 먼저 간 아이가 예쁜 옷을 입고 활짝 웃으며 뛰어 놀았다고 말해주었어요. 저도 치료하던 아이의 꿈을 꾼 적이 있었거든요.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힘들었는데 환아 어머니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마음을 다시 추슬러서 물리치료사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소아 물리치료는 성인 물리치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성인 물리치료는 근육이 모두 발달한 상태에서 편마비가 왔을 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는 치료예요. 반면 소아 물리치료는 경우가 매우 다양해요. 아이마다 특이 사항과 질병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요구하죠. 그만큼 임상을 풍부하게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소아의 다양한 케이스마다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훈련이 필요해요.
물리치료는 신체를 이용해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평소에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아이들은 체구가 작기 때문에 자세를 낮춰 웅크린 채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스트레칭이나 요가처럼 몸을 펼 수 있고, 복부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따로 하고 있어요. 물리치료사에게 튼튼한 체력은 필수 조건이에요. 아이들이 앉거나 설 수 있는 자세 의 근육이 발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일이기 때문에 특정 자세를 힘으로 버텨야 할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키가 165cm인 환아를 치료하는 경우, 경기를 일으키거나 치료사를 뿌리칠 때가 있어요. 그럴때 몸으로 버티려면 평소 운동으로 체력을 반드시 길러둬야 해요.
앞으로의 업무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물리치료사를 할 수 있는 날까지 꾸준히 임상에 있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체력 관리도 하고 더 좋은 치료를 위해 학회에서 공부도 계속 하려고요. 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어머님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심리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글 이수진 · 사진 오계옥
출처 : http://modumagazine.co.kr/archives/7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