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파독 간호사 출신 장애인의 ‘아름다운 기부’… 7년 만에 귀국한 김주기씨

파독 간호사 출신 장애인의 ‘아름다운 기부’… 7년 만에 귀국한 김주기씨
3급 지체장애 기초수급자로 치료 중 장애인 병원에 관심… 푸르메재단에 월 3만원씩 기부

2016-01-11

1971년.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독일로 떠났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7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외로움에 눈물 흘린 적이 여러 번이다. 자신이 번 돈으로 생활할 가족을 생각하며 한 푼 두 푼 꾸준히 모았다. 비행기값이 아까워 중간에 고국으로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충남 천안에 사는 김주기(64·사진)씨는 그렇게 타국 생활을 했다.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한국에 돌아왔지만 뜻밖의 불행이 찾아왔다. 1979년 4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계통 질병으로 온몸이 마비됐다. 신앙에 의지하며 꾸준히 재활치료한 끝에 지금은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3급 지체장애라는 꼬리표가 남았다. 생계가 막막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김씨는 월 40만원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김씨가 기부자로 변신한 건 2007년 10월이다. 라디오에서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전용 치과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부터다. 당시 푸르메재단 측으로부터 한국에 장애인을 위한 병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기부를 결심했다. 두 달 뒤부터 푸르메재단 등에 매월 3만원씩 보내고 있다.

김씨는 “1억원짜리 집을 가진 부자나 단칸방에 사는 사람이나 세상을 떠날 때는 모두 빈손으로 간다”며 “기부를 더 하고 싶지만 형편에 맞추다보니 매달 3만원밖에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푸르메재단이 건립 중인 어린이재활병원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봄에 완공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건립비용 440억원 중 아직 35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89384&code=11110000&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