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저씨가 무서워할 때 내가 손잡아 줄게요”
“아저씨가 무서워할 때 내가 손잡아 줄게요”
2015-12-15
‘푸르메 미소원정대’
푸르메 미소원정대 ‘치과치료 봉사’ 받은 장애아 김군의 ‘약속’
지난 12일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의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해맑은마음터’. 지적장애인 김아무개(11)군은 이동식 치과 진료 의자에 앉기 전부터 잔뜩 겁을 먹었다. 진료도구의 금속성 소리가 무서운 듯했다. 자원봉사자 여럿이 간신히 김군을 의자에 앉혔다. 한 자원봉사자가 두 손을 꼭 쥐고 달래자, 김군은 앙다물었던 입을 겨우 열었다. 20분의 치료가 끝난 뒤 자원봉사자들이 박수를 치며 엄지를 치켜세우자, 김군은 깨끗해진 이빨을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김군은 손을 잡아준 봉사자에게 “아저씨, 왜 손을 잡아줬어요”라고 물었다. 자원봉사자가 “네가 다리를 심하게 떨어 무서운 것 같아서”라고 답하자, 그는 “다음에 아저씨가 무서워할 때 내가 손을 꼭 잡아줄게요”라고 말했다.
이날 치료는 푸르메재단 ‘푸르메 미소원정대’의 올해 마지막 봉사활동이었다. 신한은행 직원 10명과 한국백만달러원탁회의(MDRT)협회 회원 40명이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탰다. 푸르메치과 원장과 4명의 치위생사들은 자원봉사자들과 3개 조를 이뤄, 중증장애인 46명에게 구강 검진, 스케일링, 충치 치료 등을 해줬다.
임윤옥 해맑은마음터 사무국장은 “3년째 찾아와준 미소원정대에 감사드린다. 따뜻한 사랑이 장애인들의 가슴에 오롯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몸집이 큰 장애인을 치료하려면 7~8명 정도가 달라붙어 머리와 어깨, 손과 발, 다리 등을 고정시켜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무서워하는 탓에 일반 치과에서는 진료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푸르메 미소원정대는 2008년부터 8년째 수도권 중증장애인시설 등에서 2300여명을 치료해왔다.
정재권 기자 j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