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스타들의 기부와 나눔... 보이는 기부가 보이지 않는 기부를 늘린다
스타들의 기부와 나눔... 보이는 기부가 보이지 않는 기부를 늘린다
2015-12-08
[문화코드 94.5]스타들의 기부와 나눔... 보이는 기부가 보이지 않는 기부를 늘린다-정덕현 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12/08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12월이 되니까 따뜻한 기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더라구요?
◆정덕현: 연말이 되면 항상 나오는 따뜻한 이야기들인데요, 올해는 의정부에 사시는 이승웅, 조정자 70대 부부의 기부 소식이 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네요. 이 부부는 구멍가게, 빵 배달, 막일 등으로 평생을 모은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과학인재 양성에 힘써달라며 카이스트에 기부했다고 하죠. 이 부부는 2003년 재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하는데요, 남편측에 2남1녀의 자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상속이 아닌 기부를 선택한 거죠. 남편 이승웅씨는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쓰면 어떻겠나 생각했는데, 아내가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인재를 키워야 하니 학교 같은 곳에 기부하자는 입장을 보여 결국 백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정말 훈훈한 이야기죠?
◇최영일: 돈이나 물건으로 하는 기부도 많지만, 재능기부도 많이 하던데요?
◆정덕현: 이제는 일반화되었죠. 꼭 돈이 있어야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을 깨고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 등으로 타인을 돕는 것으로 기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사진을 찍는 분들은 그 기술로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가 영정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강연을 하시는 분들은 무료로 강연을 열기도 합니다. 요리를 해주거나 머리를 깎아주거나 하는 작아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함으로써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도 재능기부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사실 얼굴만 내밀어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것 자체가 재능기부가 되는 셈이죠.
◇최영일: 기부, 나눔하면 빠질 수 없는 스타들이 많은데요. 그 가운데서도 가수 션씨가 제일 대표적이죠? 정말 다양한 기부를 하고 있더라구요.
◆정덕현: 기부천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고 진짜라는 걸 실천하며 사는 분이죠.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전 세계에 8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해왔다고 합니다. 후원비용으로 한 달에 나가는 것만 수 천만 원이라고 하죠. 기부방식도 참 다양하더라구요. 션의 달리기 기부는 유명한데요, 무려 1만킬로를 달려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1억원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1만 킬로를 달리면서 발톱이 두 번 빠지고 허리를 세 번이나 다쳤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연탄기부를 위해서 장애물 레이스 8킬로를 완주했다고 하죠.
◇최영일: 해외의 경우는 유명인, 기업인의 기부가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던데요?
◆정덕현: 페이스북 창업자죠. 저커버그 부부가 최근 태어난 딸 맥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딸에게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재산의 99%를 내놓겠다"고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고 하죠. 시가로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2조 원에 달하는 기부 액수라고 합니다. 저커버그의 '기부 멘토' 격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역시 45살 때인 2000년, 전 재산의 95%를 자신이 세운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하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2006년 67살이 되던 때에, 재산의 99%인 436억 달러, 51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최영일: 스타들의 기부와 나눔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라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정덕현: 아무래도 셀러브리티들이니 그 파급효과와 영향이 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자본의 재분배 차원에서 기부나 나눔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사회는 심지어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쉽지 않잖아요. 이런 현실에서 가진 분들이 먼저 나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기부나 나눔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죠. 그건 기부나 나눔이 돈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라는 거거든요. 스타들의 나눔은 대부분 재능기부의 차원이 많거든요. 즉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기부와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영일: 하지만 보여주기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거다. 이런 부정적인 의견도 있던데요? 연말에만 이런 소식이 들린다. 이런 이야기도 하구요.
◆정덕현: 실제로 그런 면이 있죠. 특히 대기업에서 하는 경우에는 기부를 하나의 재투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구요. 공익재단을 통한 기부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상속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재단을 통해 얻는 소득공제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오죠. 즉 겉으로는 기부라는 좋은 포장이 되어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테크, 세태크의 한 방식으로 활용되는 면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부 소식을 보면 일단 대부호들의 기부보다 평생을 모은 재산을 기부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죠. 하지만 대기업의 기부는 심지어 재태크 수단이 되면서도 포장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전 재산 215억원을 기부했다가 225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하게 된 황필상씨의 안타까운 사연도 큰 화제가 됐었죠.
◇최영일: 그래도 이런 보이는 기부가 보이지 않는 기부를 늘어나게 한다고 하니까 앞으로는 이런 소식을 더 많이 봤으며 좋겠네요.
◆정덕현: 그러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누는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를 흐뭇하게 하잖아요. 모쪼록 이 기부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문화가 잘 만들어졌으면 하고요 또 잘못된 세제나 정책으로 기부 문화가 흔들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 기부나 나눔이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출처 : http://www.ytn.co.kr/_ln/0103_2015120821231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