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일본에서 온 '청계천의 성자' 숨은 영웅되다

일본에서 온 '청계천의 성자' 숨은 영웅되다

2015-04-22

[앵커]
무려 50년 동안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오가면서 우리나라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일본인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위안부 소녀상을 찾아 과거의 아픈 역사에 대해 용서를 청하기도 했는데요.

김승환 기자가 바로 그 일본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백발의 일본인이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서울 청계천을 찾았습니다.

과거 이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 씨입니다.

대표적인 빈민촌이었던 청계천이 눈에 띄게 바뀐 모습에 노무라 씨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인터뷰:노무라 모토유키]
"감개무량합니다. 옛날에 (이곳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생각도 못 했죠."

노무라 씨는 5살 무렵이던 지난 1930년대 일본에서 조선인이 차별당하는 모습을 본 뒤 우리나라 사람들을 돕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50년의 세월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심지어, 도쿄에 있는 집을 팔아 사람들을 돕고, 일본과 다른 나라에도 지원을 호소해 '청계천의 성자'로도 불렸습니다.

[인터뷰:노무라 모토유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눈을 감고, 귀를 닫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조금씩 그리고 이곳저곳 (도움을 줬습니다.)"

노무라 씨가 한 일은 빈민 구제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속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우익 세력들로부터 여러 번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바라는 노무라 씨의 신념은 굳건합니다.

[인터뷰:노무라 모토유키]
"그들(우익 세력)이 저에 대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저는 저인 걸요. 저만의 신념이 있습니다. 그저 조용히 지인들에게 제 생각을 말할 뿐입니다."

이런 그의 행적을 국내 한 비영리 단체가 눈여겨봤습니다.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을 찾아 표창하는 첫 수상자로 노무라 씨를 선정한 겁니다.

[인터뷰:윤정숙,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심사위원장]
"이 분을 통해서 봉사와 박애라는 것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세대를 넘어서 아름다운 가치를 넘겨주시는 소중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팔십 평생, 나눔을 온몸으로 실천해 온 노무라 씨.

자신의 삶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진정한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YTN 김승환입니다.

출처 : http://www.ytn.co.kr/_ln/0103_20150422152925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