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엄마도 포기한 장애아, 글씨 쓰던 날 못잊어”
“엄마도 포기한 장애아, 글씨 쓰던 날 못잊어”
2013-02-14
푸르메재활센터 두정희 실장
24년간 장애아동 3만명 치료
은퇴 후에도 재활봉사 계속
“제 경험을 살려 장애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행복해요.”
14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장애아동을 돌보고 있는 두정희(53·여) 치료실장은 24년간 장애아동들을 치료해온 삶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두씨는 28년의 물리치료사 경력 중 24년을 장애아동과 함께했다. 그를 거쳐간 뇌성마비·발달장애 아동만 3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2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은퇴한 두씨는 7개월 후 푸르메재활센터에 합류했다.
두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보통 아이’로 만들어 보겠다며 동분서주하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택하게 됐다”며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병원이 거의 없어 어머니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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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전문 치료사는 고된 직업 중 하나다. 자세만 유지해주면 되는 성인과 달리 아동은 돌발상황이 많아 하루종일 눈을 뗄 수가 없다. 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10년 이상의 치료 경험이 필요하지만 체력적 한계와 낮은 보수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두씨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아동을 치료하며 돈보다 중요한 보람을 찾았기 때문이다.
두씨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해 엄마조차 포기한 아이를 치료해 한글은 물론 영어쓰기가 가능해진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경험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