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푸르메센터 두정희 치료실장, '베테랑' 장애아 재활치료사 은퇴후에도 재활봉사

'베테랑' 장애아 재활치료사 은퇴후에도 재활봉사

푸르메센터 두정희 치료실장 "한명이라도 더 걷게"

2013-02-14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푸르메재활센터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두정희 치료실장. 2012.2.14 << 사회부기사 참조, 푸르메재단 제공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제 경험이면 한 아이라도 더 걷게 할 수 있는데 은퇴하고 나니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게 제가 다시 아이들을 치료하기로 한 이유예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푸르메재활센터에서 만난 두정희(53·여) 치료실장은 쉴새 없이 어린이들의 자세를 교정해주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물리치료사인 두씨를 거쳐간 뇌성마비·발달장애 아동만 3만명이 넘는다. 28년 경력 중 24년을 장애아동과 함께했다. 이젠 상태만 봐도 어떻게 치료하고 또 개선될 수 있는지 감이 잡히는 베테랑이다.

작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은퇴한 그녀는 푸르메재활센터가 그해 9월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합류했다.

시민 3천여명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푸르메재활센터는 국내 몇 안 되는 장애아동 재활전문 치료센터 중 하나다.

자세만 유지해주면 되는 성인과 달리 아동은 돌발상황이 많아 치료사가 종일 손을 뗄 수가 없다.

치료 경험을 통해서만 아동의 상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 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10년 정도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 전문 치료사를 꿈꾸던 사람들도 체력적 한계와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10년이 되기 전 성인 전문 치료사나 요양원으로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두씨는 은퇴 후 다른 일을 해볼까도 고민했지만 고개도 못 드는 아이들과, 그 아이를 '보통 아이'로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다시 치료사의 길을 선택했다.

두씨는 "어머니들에게 아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제 일 중 하나"라며 "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병원이 거의 없어 어머니들이 의사와 치료사들을 쫓아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녀는 "치료받은 아이들이 어느새 30대가 돼 밥을 사달라고 찾아오기도 하고 혼자 유학을 가기도 한다"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봉사 수준의 월급을 받아도 전혀 상관없다"고 웃었다.

그런 그에게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엄마조차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아이가 있었어요. 치료하면서 아이의 손을 잡아주니 어느 날 삐뚤어진 글씨로 한글과 영어를 쓰더라고요. 깜짝 놀라 왜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아무도 할 수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장애아라면 못 듣고 못 할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해요."

두씨는 "아이들은 빨리 치료받을수록 상태가 좋아지는데 11세가 넘을 때까지 골방에 방치되다 오는 경우도 많다"며 "아동 전문 재활시설이 많아지고 치료사들의 대우도 좋아져 아이들과 부모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