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은총이 父子와 션의 '철인 도전'

[발언대] 은총이 父子와 션의 '철인 도전'

백해림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간사

2012-11-05

▲ 백해림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간사

지난달 14일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서 철인3종경기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 중에 푸르메재단 홍보 대사인 가수 션(본명 노승환),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은총이와 아버지 박지훈씨의 모습도 보였다. 박씨는 어린이 재활 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은총이와 철인3종경기에 꾸준히 도전해 왔고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션이 나선 것이다.

첫 종목은 수영이었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1.5㎞를 1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 션은 20m를 간신히 헤엄칠 정도였고 바다 수영은 처음이었다. 시간 내 완주를 목표로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졌다. 박씨는 은총이를 태운 보트에 줄을 매 어깨에 걸었다. 헤엄치기도 벅찬데 아들이 탄 보트까지 끌며 파도를 헤쳐나가야 했다. 40분이 지나자 은총이를 태운 노란 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션은 꼴찌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다행히 제한 시간인 1시간 안에 수영을 마쳤다.

기진맥진한 션은 자전거를 집어 타고,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이클은 션의 주특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씨가 문제였다. 아들을 태우고 40㎞를 달려야 하는 사이클은 그에게 늘 복병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사이클을 끝낸 뒤 다들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멀리서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는 박씨의 모습이 보였다.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지만 부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수영과 사이클로 녹초가 되어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참가자들에게 10㎞ 마라톤은 죽음이었다. 이때부터 응원하는 사람과 선수가 하나가 됐다. 션이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션은 철인3종 첫 도전에 3시간 2분을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션은 은총이에게 약속을 지켰다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참가자가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박씨와 은총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출발 3시간 30분이 지났고, 전광판의 시계도 멈췄다. 하지만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모두 한곳을 바라봤다. 박씨와 은총이가 무사히 완주하기만을 바랐다. 저 멀리 두 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상기된 얼굴로 은총이를 태운 휠체어를 밀면서 달려오는 박씨의 모습이 보였다. 세 남자의 철인 도전은 끝이 났지만 앞으로 펼쳐질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