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김정주 NXC 대표가 애플망고 들고 찾아간 곳은?
김정주 NXC 대표가 애플망고 들고 찾아간 곳은?
푸르메재활센터에 10억 쾌척?넥슨 "장애어린이 재활 돕겠다"
내부 인테리어에 디자인팀 참여… 사회공헌활동 잔잔한 감동
2012-10-15
넥슨이 구상부터 제작까지 참여한 복합치료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말. 김정주 NXC 대표는 그의 아내와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제주에서 사온 애플망고 세 상자를 직접 들고서는 택시에 올랐고, 서울 광화문 근처로 향했다. 부부가 도착한 곳은 공사가 한창인 어느 재활센터였다. 여기저기 둘러본 김 대표가 센터 관계자들과 만나 먼저 꺼낸 말은 “직원들 임금은 제때 나오나요”였다. 듬성듬성 골자재와 먼지로 가득했던 이곳은 그가 조심스럽게 전한 말 한 마디 이후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여느 병원처럼 느껴졌던 냉기를 뒤로 하고, 장애를 안아야 하는 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웃음을 보이는 놀이터로 변신했다.
그날 김정주 대표는 “10억원을 송금했으니, 이젠 실무진들이 잘 가꿔보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의아해 했다. 수조원의 자산가이지만, 김 대표의 최 측근인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조차 “김정주 대표는 단돈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단박에 거금을 쾌척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과 이들의 미래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고, 국내 변변한 장애어린이 전문 재활센터가 없다는 점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 대표가 마름질한 곳은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장애어린이 전문재활기관인 푸르메재활센터다.
넥슨 임직원들은 푸르메재활센터 내 공간 인테리어 제작에 참여하면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쳤다.
◆ “쉿! 소문 내지 마세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김정주 대표 부부가 지난 광복절에 센터를 방문했는데, 당일 ‘몇몇 디자인 자재가 늦게 도착하니 먼저 퇴근하시라’고 부탁하시더라”며 “센터 직원들이 자칫 기다릴세라, 배려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그날 장맛비로 이동하기도 불편했을 텐데, 넥슨 임직원들이 센터에서 새벽 1시까지 일하고 귀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귀뜸했다.
NXC 관계자들은 7월말부터 9월초 정식 오픈까지 거의 매주 센터를 방문했다. 백 이사는 “NXC측 고위 관계자가 첫 만남의 자리에서 ‘어린이 병원으로서 가장 필요한 게 뭐죠’라고 물어왔는데,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닌 꼭 필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경청했다”며 “그 뒤로 자신의 일처럼 도왔고, 넥슨 디자인팀과 이야기하면서 꼼꼼히 체크하고 의견을 듣는 모습에 놀랐다”고 추억했다.
부부의 이같은 정성과 애정은 하지만, 한때 아무도 모르게 묻힐 뻔했다. 당초 넥슨 측은 기금과 디자인 재능 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조차 사양했다고 한다. “작은 명패라도 넣자”는 센터의 제안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말 그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라는 넥슨 식 사고에서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디자인을 최소한 누가 제작했는지는 알아야 하고, 넥슨의 공(貢)이 오히려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재단 측 입장이 전해지면서, 그제야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넥슨이 외벽에 그려준 큰 그림 아래에, 이를 알리는 내용은 깨알같이 작게라도 들어갔다. 실제 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디자인에 감동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박진서 넥슨 기업문화실 이사는 “푸르메재단의 설립 취지나 재활 센터 운영 목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나눔과 공존을 위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넥슨의 사회공헌 기조와 맞닿아 지원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개념을 확고히 해 어린이 재활사업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우 표준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즈와 연계된 다양한 지원 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
◆ 생각에 깊이를 더해요
대신 넥슨은 정성의 깊이에 가치를 부여했다. 사방에 기업 명칭을 기입하고 ‘눈도장’ 찍는 것보다, 장애 어린이들이 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진료실마다 아로새겼다. 센터 2층에 위치한 어린이재활치료센터 복합치료실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기획·구성부터 넥슨이 전담한 공간이다. 배찌와 다오, 키노 같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게임 캐릭터가 배치돼 있고, 별도 의뢰한 쿠션이나 모션 재활치료 등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과 재활에 이로운 디자인과 기구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한 공간적인 기능만 수행하던 재활센터에 배려의 의미도 심었다. 넥슨은 철저하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을 기획했다.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고,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친숙함에 초점을 맞췄다. 하얀 벽에 대한 공포가 많다는 점을 감안, 벽에는 민들레 홀씨에서 착안한 앙증맞은 캐릭터를 넣었다. 아이들은 이를 보면서 웃고, 덕분에 부모와 의료진 순으로 기쁨이 전달된다.
또한 어린이재활치료센터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기린 두 마리와 옆에는 나무와 집을 한데 엮어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고, 인지활동에 효능이 있는 기차놀이 기구가 아래에 전시돼 있다. 나무와 집 형상물에는 토끼와 코알라, 양, 돼지, 다람쥐 등 모든 동물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데, 박이선 실장은 “어린이들이 이를 집중있게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차놀이로는 부모와 의료진, 아이가 함께 놀면서 동질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한방치료실에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앉아서 편안하게 침을 맞을 수 있는 대형 쿠션과 쇼파를 비치했고, 어린이들의 두려움 해소에 효과적인 빗줄기 형태로 벽지를 도배했다. 안내 데스크나 접수실은 안전쿠션을 형형색색으로 덧댔다. 부모와 함께 들른 어린이들이 모서리에 부딪혀 다칠 수도 있어서다. 진료실에 들어간 세면대 밑에 그대로 드러나있던 호스는 넥슨이 디자인한 보형물을 설치하면서 새롭게 탄생했고, 센터 벽마다 장착된 손잡이도 마찬가지다.
넥슨 임직원들은 푸르메재활센터 내 공간 인테리어 제작에 참여하면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쳤다.
◆ 완벽한 놀이터를 만들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센터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같은 공간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센터를 찾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다. 센터를 방문한 이현정씨(36)는 “누나와 동생 등 같이 따라오는 아이들도 좋아한다”며 “아이가 즐겁게 진료를 받으면서 엄마는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고, 서울 중심에 이런 곳이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한편으로 넥슨은 사후 관리에도 발빠르다. 기자재 보수 및 정비 지원에 적극적이다. 박이선 넥슨 사회공헌실장 등 관계자들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센터를 방문해 귀를 쫑긋 세운다. 넥슨의 진취적인 자세에 제작 업체도 정성을 다해 보수에 임한다. 벽지 제작자의 경우 의미와 취지에 공감하면서 작은 수선 하나라도 아낌 없이 챙겨준다는 후문이다. 백경학 이사는 “넥슨과 협업하면서 어린이들의 정서를 정말 잘 아는 기업이란 생각이 든다”며 “임직원들이 열의를 갖고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면 강한 애사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